이미지 크게보기4인의 영웅　 구본길(왼쪽부터)과 박상원, 오상욱, 도경동이 1일 오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페메르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채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윤성호 기자

■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 올림픽 금메달

아시아 국가 첫 단체전 3연패
하계 올림픽 300번째 메달 달성

노련한 구본길·패기 박상원에
2관왕 오상욱 등 완벽‘신구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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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한국이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과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꾸려진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1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페메르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결승전에서 헝가리를 45-41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은 2012 런던,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3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단체전 종목 로테이션으로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빠졌다.

한국은 특히 아시아 국가 최초로 올림픽 펜싱 단체전 3연패를 일궜다. 펜싱의 주 무대인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한 곳은 헝가리(남자 에페, 남자 사브르)와 이탈리아(남자 에페, 여자 플뢰레), 프랑스(남자 에페), 러시아(여자 플뢰레)에 한국을 포함해 총 5개국뿐이다. 펜싱은 초대 1896 아테네올림픽부터 도입됐고, 단체전은 1904 세인트루이스올림픽부터 시작했다.

‘에이스’ 오상욱은 개인전 우승으로 한국 선수단에 파리올림픽 1호 금메달을 안긴 데 이어 단체전까지 정상을 차지, 이번에도 한국 선수단 처음으로 2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오상욱은 특히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에 자리하게 됐다. 2000 시드니올림픽 남자 플뢰레의 김영호, 런던올림픽 여자 사브르의 김지연, 리우올림픽 남자 에페의 박상영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땄으나 단체전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도경동

한국은 강호 헝가리와 초반부터 접전을 펼쳤다. 헝가리는 올림픽 역대 유일의 개인전 3연패를 달성한 레전드 실라지 아론을 가장 먼저 세웠으나, 한국은 2000년생 ‘막내’ 박상원의 패기를 앞세워 1라운드를 5-4로 가져왔다. 한국은 6라운드 직후 30-29로 추격을 당했으나, 구본길 대신 투입된 도경동이 5득점을 8초 만에 따내며 35-29로 7라운드를 마치며 승기를 굳혔다. 펜싱 단체전에선 3분이 지나거나, 리드하는 팀의 총 득점이 라운드와 5를 곱한 값에 이를 때 다음 라운드로 넘어간다.

오상욱은 ‘오상욱의 시대’라는 칭찬에 “그런 건 잘 모르겠다. 그냥 ‘어펜져스’(영화 어벤져스와 펜싱의 합성어)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오상욱은 또 한국 펜싱 역사상 최고 검객이란 평가에도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체전까지 수월하게, 기분 좋게 끝냈다면 30분 정도는 자만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다. 이 메달을 따서 기쁘기도 하지만 ‘다음에 저 선수를 만나면 내가 이길 수 있을까’하는 의심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단체전 3연패의 주역인 구본길은 올림픽 은퇴를 선언했다. 다만 2년 뒤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은 욕심을 냈다. 그는 “올림픽은 이게 마지막이다. 사실 목표는 이제 나고야”라며 “정말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도전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