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허해동(맨 왼쪽) 국장이 지난해 동료들과 목포해상케이블카 탑승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한 사진.

■ 추모합니다 - 허해동 전 김해시 체육사무국장(1935~2024)

국장님!

이 무슨 슬프고 충격적인 소식입니까? 늘 천진불의 미소로 밝게 웃으며 담소를 즐기시던 모습이 선한데 이렇게 홀연히 가시다니요. 저희를 인도하던 커다란 등대 하나가 갑자기 꺼진 듯합니다. 흐르는 세월을 피해 갈 수는 없기에 언젠가는 이별할 줄 알았지만 이렇게 황망히 떠나시다니 가슴이 먹먹하기만 합니다. 사무치는 그리움과 허전함을 어찌 감당한단 말입니까.

큰 별이 하나 졌습니다. 우리는 한국체육의 거목을 잃었습니다. 국장님은 서울에 계실 때 한국체육의 초석을 다진 선도자였고, 자진해서 지역에 내려와 역시 체육 발전에 헌신하셨습니다. 격동의 역사, 고난과 영광의 지난 반세기에 국장님이 계셨다는 것은 나라의 축복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으로 인한 폐허라는 조국의 현실 앞에 망연자실 맞닥트린 우리는 어떻게든 절망과 좌절에서 일어서야 했습니다. 우리가 일어설 기반은 근대화를 이루고 경제발전과 체력은 국력이라는 체육을 발전시키는 길밖에 없었습니다. 그 중심에 국장님이 계셨습니다.

무명의 선수들을 발굴해 ‘샛별같이 빛나는’ 보석으로 조련하여 세계무대에서 국위선양에 이바지하게 한 그 탁월한 능력은 가히 독보적이었습니다. 전근대적 한국체육에 서구체육 이론을 접목하는 연구로 노심초사 밤을 지새우던 체육행정 시절의 집념, 국가의 부름을 받고 한국체육의 성장과 발전 정책을 위해 불철주야 뛰던 열정, 원로로서 후배들의 길잡이가 되어 준 헌신의 모습까지 국장님이 남긴 업적과 나라 사랑은 길이 남을 것입니다. 한국체육의 고도성장 이면에는 허해동이라는 탁월한 체육지도자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급성 병마로 입원하는 날까지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헌신했던 모습 또한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국장님은 대한민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체육근대화와 민주화를 이뤘으나 이에 걸맞은 국민 의식구조를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늘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체육 선진화 포럼을 만들어 젊은이들과 부단히 교감하며 의식의 선진화 운동을 펼쳤던 것은 그래서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경제뿐 아니라 어느 나라보다 높은 체육 의식구조를 가진 존경받는 선진국으로 나가야 합니다.

얼마 전 병문안 때 뵈었을 때 “김 군, 곧 퇴원하면 막걸리 한잔하세”라고 하신 말씀이 마지막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떠나셨습니다. 국장님께서 그렇게 학수고대하며 보고 싶어 하던 2024 파리올림픽이 열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역사상 100번째 금메달을 따낸 이후로도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지켜봐 주십시오. 국장님이 소망했듯 대한민국 선수들이 제일 높은 시상대에서 당당히 영광의 태극기를 휘날릴 것입니다.

허해동 국장님!

국장님께서 남기신 그 치열했던 삶의 인간적인 가르침은 저희들 가슴에서 가슴으로 영원히 계승될 것입니다. 국장님과 함께했던 지난날들은 보람찬 시기였습니다. 국장님과 한 시대를 같이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소탈하고 후덕한 인품을 가진 국장님의 모습과 그 언덕이 벌써 그리워집니다. 그러나 이제는 놓아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걱정일랑, 미련일랑 다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십시오. 나라 위한 노심초사, 그 무거운 짐 이제 다 내려놓으시고 부디 편히 영면하소서. 호린(虎隣·고인의 아호) 허해동 국장님의 영전에 눈물로 추모사를 바치는 바입니다.

김창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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