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성명(오른쪽) 강남구청장은 ‘강남형 ESG’를 위해관내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강남구가 포스코와 함께 진행한 ‘페인터스 드림’ 강남구청 제공

■ 서울인사이드 - 강남구 ‘사회가치 실현’ 행정모델 구축

40~64세 디지털 일자리 교육
기업 10곳과 하천가꾸기 진행
발달장애 예술가 발굴·지원도

사업관리 TF 만들고 계획수립
우수부서 포상·자문회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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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기업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환경, 사회적 불평등 해소, 투명한 협치 등을 강조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이 대두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도 ESG 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 기업 투자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ESG 경영 성과가 오는 2025년부터는 단계적으로 공시 의무화될 예정인 상황에서, 서울 강남구가 행정에 ESG를 접목해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행정모델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기업의 ESG 사업 필요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민관 협력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행정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30일 강남구에 따르면 조 구청장은 지난해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ESG를 통한 행정 혁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ESG 행정 체계를 구축했다. ESG 중 본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의미하는 G(Governance)를 협치의 의미로 재정의하고,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함께 힘을 모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강남형 ESG’의 골자다. 주민들의 행정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지만 세수는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존 예산만으로는 주민들에게 충분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SG 협치에 눈을 돌린 것이다.

구는 이에 따라 올해 초 ESG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ESG 행정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직원들에게 교육을 실시했다. 이어 ESG 관련 사업 종합 관리 및 우수부서 포상과 전문가 자문회의 개최 등을 통해 모든 사업 분야에 ESG를 접목할 수 있도록 조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강남형 ESG 모델은 다양한 분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바디프랜드와 협업한 ‘드림스타트 운동·영양 프로그램’. 강남구청·바디프랜드 제공

강남구는 최근 관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바디프랜드와의 협약을 통해 기업이 보유한 건강관리 전문가와 인프라를 활용해 취약계층 아동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에 나섰다. 아동 30명과 보호자를 바디프랜드 본사로 초청해 운동·영양 프로그램, 양육자 건강강좌, 마사지 체험 등을 제공한다. 특히 운동 프로그램은 실제 놀이체육 교구를 활용해 아이들의 전신 근력, 순발력, 민첩성, 균형 감각 등이 향상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구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공모사업에 응모해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환경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 다양한 기관에서 환경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로 키워나가고 있다. 아울러 관내 10개 기업과 손잡고 ‘1사 1하천 가꾸기’ 운동 및 환경 분야 특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강남구가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만든 ‘신중년 디지털 일자리센터’도 대표적인 강남형 ESG 협업 사례다. 구는 강남구청역에 있는 구청 소유 공간을 교육장으로 제공하고, 하나금융그룹은 구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또 포스코의 사회공헌사업인 ‘페인터스 드림’을 강남구 민관 협력 ESG 공모사업으로 더욱 확대했다. 페인터스 드림은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알리는 사업으로 지난해 강남구와의 협업으로 전시 규모와 홍보 채널을 확대할 수 있었다.

조 구청장은 “ESG 사업은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충현교회와의 협업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강남구 청년에게 맞춤형 일자리 교육 제공을 통해 사회 진출을 앞당기는 ‘청년 점프업(Jump-Up) 프로젝트’는 충현교회 교육관에서 진행한다. 충현교회는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역삼동 지역에 있어 청년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좋은 장소다.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충현교회에 협력을 요청했고, 그 취지에 공감한 교회는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구는 설명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하나금융그룹과 조성한 ‘신중년 디지털 일자리센터’. 강남구청 제공

강남구가 이와 같은 다양한 민관 협력 ESG 행정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조 구청장 취임 이후 발 빠르게 ESG 협치 모델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구는 ESG 행정 체계 기반을 다지기 위해 2022년 11월 기초지자체 최초로 ESG 경영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다. 2023년에는 민관 협력 ESG 공모사업을 처음 추진했다. ESG 협치 모델 준비 과정에서 강남구의 뛰어난 도시 인프라, 높은 시민 의식,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가 협력 파트너로서 매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구는 설명했다.

조 구청장은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위해 강남구와의 협업을 원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면서 “강남구청 전 부서가 ESG 사업을 발굴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미래를 그리는 강남형 협치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기존 행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혁신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