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청년 농업인들이 한국 농업의 미래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지난 24일 충남 논산시에 있는 농장 ‘초록이들’에서 안경수 대표가 직접 재배한 샐러드 채소를 들어보이고 있다. 백동현 기자

■ FTA 경쟁력, 농업 고도화의 힘 - (5) 농업생태계 혁신하는 ‘우수 청년농’

샐러드 농장 ‘초록이들’ 안경수
끝없는 피드백으로 문제점 개선

유기농 배 ‘슬기로운…’ 이승호
막걸리로 당도 높이고 살균작용

곤충 농장 ‘올리프’ 운영 배지환
자동선별장치 개발에 특허 3건

“처음엔 모든 게 어려웠습니다. 육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종자는 어디서 사야 하는지, 양액은 어떻게 조성하는지 등 하나도 몰랐어요.”

지난 24일 충남 논산의 샐러드 채소 농장 ‘초록이들’에서 만난 안경수 대표는 농사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을 떠올렸다. 그는 서울에서 공직에 몸을 담았던 ‘도시 청년’이다. 도시 생활에 지쳐 귀농을 택한 안 대표는 ‘쓰임이 있는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청년농업인의 길을 택했다. 안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홍콩과 싱가포르가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뒤 미래에 먹거리가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농업에 뛰어들었다. 안 대표가 귀농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교육’이었다. 안 대표는 농업에 관심을 둔 적도, 농사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경험도 전무했다. 2년간 경북 상주에서 스마트팜 혁신 밸리 교육을 받은 안 대표는 처음부터 자체 하우스를 만들기보다, 임대 농장에서 경험을 먼저 쌓아야겠다는 판단에 임대 시스템이 잘 갖춰진 충남 논산으로 향했다.

농장 ‘초록이들’은 분무수경 기술을 통해 연중 생산, 연중 판매 방식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흔히 샐러드 채소로 애용되는 엽채가 주요 상품이기 때문이다. 연중 상시로 기르고 수확할 수 있다는 점, 건강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샐러드 채소류의 수요 역시 덩달아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처음은 쉽지 않았다. 도매시장에 처음 내놓은 청상추는 ‘꼴찌’였다. “잎이 얇다, 습이 많다, 너무 크다”는 품평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경매사와 계속 연락하면서 피드백을 받았고, 문제점을 고쳐나갔다. 2022년 시작한 초록이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8000만 원 정도였으나 경험과 기술이 쌓이는 만큼 결실도 더 클 것으로 안 대표는 믿고 있다. 이에 재배 채소 종류를 더 늘리는 것과 함께 판로 다각화에도 신경을 쓸 계획이다.

안 대표처럼 농업에서 기회를 찾는 청년농업인들이 우리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년농업인의 적극적인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지난해 수립, 올해부터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을 습득한 전문경영인으로서 청년농들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시장개방의 위기에서도 우리 농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승호 ‘슬기로운 청년농부’ 대표

‘슬기로운 청년농부’ 대표 이승호 씨 역시 농촌에서 기술력으로 가능성을 찾는 인물이다. 농업인에게 날씨는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아들까지 3대에 걸쳐 70여 년간 과수원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도 2021년쯤 예상 밖의 폭우로 계획했던 생산에 큰 타격을 받고 손실을 입은 적이 있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재배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게르마늄 살포를 통해 과육 품질을 향상하고, 배 수확의 마지막 단계에서 직접 주조한 막걸리를 살포해 당도 향상과 살균 작용을 동시에 도모한 것이다. 이 대표는 “소비자들은 배를 여전히 비싼 과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단순히 비싼 과일이 아니라, 더 맛있고 건강한 프리미엄 과일로 인식했으면 좋을 것 같아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차별화 포인트는 유기농 배였다. ‘슬기로운 청년농부’는 평택 지역에서 유기농 배를 생산하는 유일한 농장으로, 도내 학교들에 급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 건강 과일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역 내 많은 학생과 어린이에게 건강한 먹거리, 영양을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스마트 스토어와 SNS 계정을 개설하고 인근 농가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는 등 판매 실적 향상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캔자스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귀국해 농업인의 길로 들어선 그는 지난해 청년농업인 영농혁신분야에서 금상을 받고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이 대표는 현재 3만 평 규모(약 9만9173㎡)의 농장에서 배를 재배하고 있으며, 연평균 500t의 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배지환 ‘올리프’ 대표

한편 새로운 분야의 미래 농업에 뛰어든 청년농업인도 있다. 대구 달성군에서 곤충 농장 ‘올리프’를 운영하는 배지환 대표다. 어릴 적 곤충학자의 꿈을 가졌던 배 대표는 고교 시절 곤충과 관련된 소논문을 작성하며 곤충의 장점과 사업성을 깨달았다. 충분한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느낀 배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 산업곤충학과에 진학해 곤충에 대해 더욱 탐구했고, 청년농업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배 대표의 농장에서 사육되는 곤충은 현재 약 50만 마리에 달한다. 2022년 ‘올리프’가 올린 매출은 약 1억2000만 원이었고, 지난해에는 약 2억 원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배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연고도 없는 대구 달성군으로 귀농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영농정착지원금과 지역 농업 관계자 및 선배 농업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지식은 큰 도움이 됐다. 영농 경험이 없는 젊은 농업인으로서 배 대표는 ‘올리프’ 농장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곤충을 자동으로 사육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하고, 이와 함께 자동 선별장치, 곤충 가공 장치 등을 개발했다. 현재 배 대표는 관련 특허를 3건 보유하고 있다.

배 대표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 구축과 최고의 곤충농장 달성이다. ‘올리프’는 곤충을 활용한 지역 내 음식물 쓰레기 친환경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 비용과 유해 물질 절감까지 1석 2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곤충 생산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정착을 노리는 셈이다. 배 대표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청년들이 농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청년농업인을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농지·자금 조달·역량강화 교육… 2027년까지 ‘알짜배기 농부’ 3만명 육성

■ 농식품부 영농정착지원사업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027년까지 청년 농업인 3만 명 육성을 목표로 영농정착지원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영농 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농에게 정착지원금을 지급하고 이들이 정착할 농지와 영농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등 청년농업인 육성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 개방에 맞서 농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 농업인들은 초기 정착부터 사업 기반 마련, 장기적 성장까지 지원받으며 전국 각지에서 알짜배기 농사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농정착지원사업은 규모와 단가 부분에서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로, 2022년 사업 선정 규모는 2000명이었지만 이듬해 2배로 확대됐고 올해 사업 규모는 5000명이다. 올해까지 누적 사업규모는 총 1만7600명에 달하는데 청년 농업인 3만 명 육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27년까지 매년 5000∼6000명이 신규로 선정될 전망이다. 기존엔 선정 과정에서 본인과 부모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지난해부터는 건강보험 산정액 기준에서 직계존속 세대가 제외되는 등 진입요건도 완화됐다. 영농 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 농업인에게 농업경영 및 생활비 성격으로 지급되는 정착지원금의 단가 역시 기존 월 최대 100만 원에서 지난해 110만 원으로 인상됐다.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융자지원도 개선됐다. 영농후계자 육성을 위해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은 과거 15년이었던 상환 기간이 25년으로 늘어났고, 금리는 2%에서 1.5%로 인하, 대출한도는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됐다. 선정 인원 역시 2015년 1886명에 그쳤으나 2024년 선발규모는 6000명이다. 올해는 총 8000억 원 규모의 대출이 지원될 예정이다. 청년 농업인들에게 공급 가능한 농지 물량도 올해부터 대폭 확대될 예정으로. 청년 농업인들의 수요에 부합하는 농지 공급이 더욱 확대돼 농업 분야 창업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영농에 진입한 청년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장기적인 성장 역량 제고를 위한 교육 지원이 강화됐다”며 “올해 영농정착지원사업에 선정된 청년 농업인 5000명은 14시간의 필수교육 워크숍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 워크숍에선 경영실무, 농업법률, 커뮤니티 형성, 소득 창출을 위한 교육 등 농업인으로서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이 가운데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등 정책자금이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영체 등록 등 내용은 청년 농업인의 수요를 반영해 새로 편성된 과정이다.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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