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이공계 인재 육성
속내는 지역구 민심 얻기

더불어민주당 경기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과학고 유치’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엘리트 양성을 위한 ‘수월성 교육’을 반대하는 것이 당 기조이지만, 이공계 진학률이 높은 과학고는 예외라고 이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 육성이라는 명분을 챙기면서 지역 민심의 호응을 얻으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23일 나온다.

경기 용인정이 지역구인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경기 남부 용인과학고 유치 토론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 중인 용인 특례시는 첨단산업의 중심”이라며 “용인 과학고 유치는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 갈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정(평택병) 의원은 지난달 21일 ‘평택 과학고 유치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에게 과학고 설립 지원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건태(부천병) 의원은 지난 5월 부천교육지원청을 방문해 과학고 설립을 당부했고, 당 사무총장으로 22대 총선을 지휘한 조정식(시흥을) 의원은 ‘배곧 경기 남부 과학고 유치’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기 서·남부 지역 의원들이 너도나도 과학고 유치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과학고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놓여 있다. 경기 소재 과학고는 2005년 설립된 의정부의 경기북과학고가 유일하다. 이언주·김현정 의원 토론회에서 모두 발제를 맡은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에 따르면 경기 지역 과학고의 2023년 입학 경쟁률은 8대1로 전국 평균(3.5대1)을 압도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수월성 교육’보다 ‘평준화 교육’을 중시해 왔으나 외국어고와 비교해 ‘지정 목적 달성도’가 높은 과학고는 예외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의원의 주장이다. 2019년 기준 과학고 졸업자의 96.7%는 대학의 이공계열로 진학했다. 반면 외국어고 졸업자는 40.0%만 어문계열에 입학했다. 곽민욱 민주당 교육전문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할 때 과학고를 대상에서 제외한 것 역시 이공계 인재 양성에 특화된 성격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