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5월 31일 대구 수성구 사월동 ‘국공립시지3차서한이다음어린이집’ 입구에서 진정희 후원자가 어린이를 위한 나눔 활동에 대해 얘기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 대구서 어린이집 운영하는 진정희 후원자

20년간 폐지 모아 아동후원
어머니 뜻 따라 기부활동에

마을축제 열어 3년째 후원
장애인시설서 목욕 봉사도

지원 못받는 취약층 보살펴
“나눔은 내가 가장 잘하는 일”

“어린이집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초록우산을 통해 아동·청소년 지원을 계속해 왔어요. 이제는 입양을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아이의 엄마가 돼 주고 싶습니다.”

대구 수성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진정희 후원자는 아동·청소년을 돕는 기부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수십 년간 어린이집 교사로 일해온 진 후원자는 ‘아이들은 어른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본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다양한 나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어린이집에서 바자회를 연 뒤 거기서 얻은 수입을 초록우산에 기부하도록 해 아동들이 어릴 적부터 나눔 활동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진 후원자는 “아동들이 직접 참여하는 기부활동은 그 어떤 책이나 체험활동보다 훌륭한 수업”이라며 “나눔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며 자라난 아이들이 세상을 행복하게 볼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적은 금액을 기부하더라도 후원금이 어떤 이들에게 전달되는지 알려주는 초록우산의 시스템은 갓 나눔을 시작한 아동들에게 소중한 추억이자 나눔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는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을 하며 지역 내 사회·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을 향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정부 지원을 못 받아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이라고 진 후원자는 믿는다. 그는 본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이름으로 200만 원을 후원하고, 2021년부터 3년간 마을축제 수익금 3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총 600여만 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장애인 시설인 ‘애망원’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이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과 목욕을 돕는 것이다. 그는 “봉사 중 장애인과 대화를 나누며 상대방이 필요한 부분이 뭘지 관심을 갖는 게 나눔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진 후원자는 봉사활동 중 만난 한 청소년의 삶이 바뀌는 과정을 지켜본 걸 ‘나눔 인생’의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비영리법인 ‘청소년을 성장시키는 사람들 꿈바야’에서 5년간 취약계층 지원 활동을 하다가 만난 청소년 A 씨를 만났다. 가정 학대에 시달리다 가출해 여러 사고를 치며 소년원까지 다녀왔던 A 씨는 진 후원자의 후원을 받으며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이후 A 씨는 진 후원자에게 “덕분에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됐다. 후원을 통해 내가 소중한 사람이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는 그의 보물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진 후원자는 작은 나눔을 통해 한 청소년의 인생이 나아지는 것을 지켜본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봤다.

그는 “내겐 작은 나눔이지만, 그 친구에겐 자신을 사랑하도록 생각을 바꾼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며 “나눔을 통해 인간의 삶이 귀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진 후원자는 최근 ‘입양’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입양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며 새로운 가족을 맞을 준비 중이다.

그가 입양을 결심한 이유는 어린이집을 경영하며 쌓아온 육아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기 때문이다. 진 후원자는 “내가 낳은 자식들을 다 키우며 청소년기 등 시행착오를 겪어봤으니, 다시 한번 육아를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육아는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니, 입양 아동이 세상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진 후원자의 ‘나눔 멘토’는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다. 진 후원자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20년간 폐지를 모아 취약계층 아동을 지원해왔다. 그는 어머니가 초록우산에 그동안 폐지를 모아 마련한 돈과 용돈을 모아 100만 원을 기부했다는 걸 뒤늦게 알고 크게 감동했다. 진 후원자는 ‘내 손으로 돈을 벌어 아픈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새기며 나눔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