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때도 MBC 사장 해임 논란
여야 막론하고 방송장악 시도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사퇴하면서 방통위원장 자리가 공영방송을 둘러싼 여야 갈등의 핵심 지점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공영방송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하다 보니 방통위원장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고, 특히 야권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면서 힘에 의한 개입이 반복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날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보고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6개월 만에 방통위원장 자리는 또다시 공석이 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동관 전임 방통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국회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던 일이 1년도 안 돼 재현된 것이다.

정권을 잡으면 방통위원장을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여야를 막론하고 끊이지 않았고, 이로 인해 여야 갈등의 핵심이 되고 있는 상황을 정치권은 우려하고 있다. 방통위가 KBS 이사 추천권과 MBC 방문진 이사 및 감사, EBS 이사 임명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방통위원장 탄핵을 두 차례 추진한 것도 ‘YTN의 민영화 저지’, ‘친야 성향 MBC 사수’라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

민주당이 야당일 당시 보수 정권에서 방통위원장을 통한 방송 장악을 비판해 왔으면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에서 방송법을 통과시키지 않은 점도 이 사태의 근본적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KBS, MBC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고 방통위원 선임 방식을 바꾸는 등의 방송법 개정안을 주장해 왔으나 막상 여당이 되고서는 법 개정에는 손을 놓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유의선 당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사의를 표했고 김장겸 당시 MBC 사장도 해임되는 등 정권 교체에 발맞춰 공영 방송을 개편했다. 윤 정부 들어 비슷한 방식으로 인선 교체가 이뤄지자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며 뒤늦게 방송 중립성을 외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추진하는 방송법 개정안 역시 방통위 이사 추천권을 야권 성향의 언론단체와 시민단체에 나눠주도록 해 사실상 민주당에 유리한 공영방송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도 막상 정권을 잡고 보니 공영방송을 내줄 순 없었던 것”이라며 “정작 다수 여당일 때는 가만히 있더니 야당이 되니 이제 와서 방통위원장 탄핵과 방송법 개정을 꺼내 드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