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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장백경(34)·백지영(여·34) 부부

2021년 7월 저(지영)는 지인으로부터 남편을 소개받았습니다. 하지만 만남은 순탄치 않았어요. 당시 코로나19 영업 제한으로 소개팅할 장소를 잡기 어려웠고, 간호사라는 제 직업 특성상 근무 일정이 뒤바뀌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겨우 날짜를 잡았는데, 갑자기 그날도 제게 급한 일정이 생겼어요. 인연이 아니다 싶어 남편과의 만남을 포기하려 했는데, 남편이 제 일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거예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못 만날 것 같다면서요.

비가 쏟아지는 날 카페에서 만난 저희는 대화를 나눴는데, 생각보다 이야기가 잘 통했어요. 남편 직업이 미용사고 제 주변에도 미용사 친구가 많아 일과 관련한 이야기를 재밌게 했습니다.

둘 다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호감이 생겨 어떻게든 만남을 이어가려 노력했어요. 하루는 제가 지인에게 선물 받은 복숭아를 나눠준 적이 있는데, 남편이 복숭아를 담은 통을 돌려주겠다며 집 근처로 찾아왔어요. 평소라면 지하철역에서 10분이면 갈 거리를 빙빙 돌아가길래 할 말이 있나 싶었는데 끝까지 이야기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병원 선생님이 제게 소개팅을 주선해 줄 것 같다고 이야기했죠. 그러자 남편은 “소개받지 마. 남자친구 있다고 해”라고 말하더라고요. 남편의 수줍은 고백에 우리는 연인이 됐습니다.

나중에 들었는데, 남편은 저를 만나기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꿈을 꿨다고 해요. 남편은 저를 시댁 식구에게 소개해 줄 때, 문득 그때 꿈이 떠오르면서 ‘할아버지가 지영이를 보내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확신처럼 들었다고 해요.

저희는 올해 2월 결혼해 부부가 됐습니다. 부부가 되고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저나 남편이나 심리적 안정감이 매우 탄탄해진 것을 느낍니다. 심란한 일이 있을 때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내 곁에 항상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어요. 항상 친구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둘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