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왼쪽부터 이숭용 SSG 감독, 강인권 NC 감독, 이범호 KIA 감독, 김태형 롯데 감독.

■ KBO리그 물고 물리는 ‘천적’ 순위싸움 변수
KIA, 롯데에 3승 7패로 열세
지난 5월 부산 원정서 스윕패
NC 상대론 8승 1패로 압도적
SSG는 NC에 1승 7패 맥못춰

전문가 “첫 대결에서 지게 되면
심리적으로 꼬이면서 힘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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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쏠(SOL) 뱅크 KBO리그도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이 순위 싸움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프로야구는 특정팀에 유독 강하거나 약한 천적 관계가 형성되며, 이 ‘먹이사슬’에 의해 순위 판도는 크게 영향을 받았다. 보통 먹이사슬은 팀 전력에 비례해 형성된다. 그런데 객관적인 전력 차이가 분명한데도 특정 팀을 상대로 연승, 혹은 연패가 길게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대표적인 예가 KIA다.

시즌 개막 후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KIA는 7위 롯데의 ‘훼방’에 애를 태우고 있다. KIA는 올해 롯데를 상대로 3승 1무 7패로 열세다. 지난 3월 26∼27일 시즌 첫 2연전에선 2승을 챙겼지만, 이후 맞대결 전적에선 1승 1무 7패로 고전하고 있다.

부산 원정에선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5월 23∼25일 부산 원정 3연전에서는 당시 꼴찌였던 롯데에 스윕패를 당했다.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후 1위 팀이 꼴찌를 상대로 스윕패를 당한 것은 KIA가 최초. KIA는 가장 최근 부산 원정 3연전에서도 1무 2패로 고개를 숙였다.

대신 KIA는 6위 NC와 8위 한화, 10위 키움 등 5할 승률 이하를 기록 중인 팀들을 압도하면서 승수를 보충했다. NC를 상대로는 8승 1패로 유독 강한 모습을 발휘 중이며, 한화와 키움을 상대로도 각각 6승 2패와 4승 1패로 우위를 점했다.

이뿐만 아니다. 중상위권 순위 경쟁에 절묘한 먹이사슬 구도도 야구팬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3위 삼성은 4위 두산을 상대로 8승 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올해 두산전 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에, 5개의 세이브를 따내며 상대 타자들의 손발을 꽁꽁 묶었다. 또 NC는 5위 SSG를 상대로 7승 1패로 압도했다. 현재 SSG와 NC의 격차는 2경기다. 꼴찌 키움이 2위 LG에 5승 3패, 삼성에 6승 5패 등 상위권 팀들과의 상대 전적에서 앞서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특정팀에 약세는 한 해 농사를 그르칠 수 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특정 팀을 상대로 1승 이하를 거둔 사례는 7차례나 나왔다. 특정 팀 상대 1승 이하의 성적을 올렸던 팀들은 그해 팀 전체 승률이 4할을 넘기지 못했다.

SSG는 2021년, KT와 상대전적에서 2승 2무 12패로 철저하게 당했다. 그해 SSG는 66승 14무 64패로 5할 승률을 넘겼으나, KT전에 유독 약세를 보인 탓에 가을 야구 진출 티켓을 놓쳤다. 물론 한번 천적이 영원한 천적은 아니다. SSG는 2022년 KT와 상대 전적에서 8승 8패로 5할 승률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KT 공포증에서 벗어난 SSG는 그해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천적 관계 구성의 이유로 심리적인 요인을 꼽는다. 전문가들은 ‘첫 단추’에서 결정된다고 귀띔했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시즌 첫 대결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으면, 또다시 그 결과가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야구에선 한 번 풀리지 않는다 싶으면 계속 꼬이게 되는데, 이를 풀려고 애쓰다 심리적으로 더 꼬이게 된다는 것. 이는 선수 간의 대결도 마찬가지다.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과거 한 지방 팀을 상대로 약했는데, 상대가 유독 방망이를 짧게 쥐고 나와 고전했다. 평소대로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그걸 이겨보고자 내가 변칙 투구를 하면서 더 말렸다”고 말했다.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