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홍순완 GS건설 상무가 지난 5월 14일 서울 종로구 GS건설 본사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홍 순 완 GS건설 플랜트영업견적담당 상무

“정부 외교·건설사 노하우 합작
1조6000억 가스전 수주 결실”

1995년 입사해 내년이면 근속 30년을 맞는 홍순완 GS건설 플랜트영업견적담당 상무는 2007년 해외영업팀 경력을 시작해 해외영업팀장(2015년), 중동 영업을 총괄하는 아부다비지사장(2020년)을 지냈다. GS건설은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2억2000만 달러(약 1조6876억 원)에 달하는 파딜리 가스 플랜트 증설 공사를 수주했다. GS건설의 이번 사업 수주 배경과 향후 중동 시장 진출 확대에 대한 청사진을 지난 5월 14일 서울 종로구 GS건설 본사에서 사내 최고 중동 전문가인 홍 상무로부터 들어봤다.

―중동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아랍의 봄 혁명이 일어났던 2013년 알제리와 리비아에 6개월간 있었다. 당시 GS건설이 이집트 정유 프로젝트 건설 30억 달러짜리를 수의계약해서 십 몇 년째 사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랍의 봄으로 사업이 다 중단됐다. 노동자들도 현장에 접근이 안 되는 상태에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2년 전에야 마무리됐다. 5년짜리 공사가 12년 걸린 거다. 이외에도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IS)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가 많았다.”

―최근 중동 시장은 어떠한가.

“코로나19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르다. 사실 이전 10년 동안 한국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막대한 손실을 봤고 그 파급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중동은 턴키방식(일괄수주계약)이 일반적이라 계약 기간이 4년, 5년 이런 식으로 고정된다. 그 기간 물가상승도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 발주처는 항상 유리하게 계약서를 만들려고 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수주하려는 마음이 앞서 정교하게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열심히 공사해 주면 발주처에서 돈을 줄 거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한국 건설사들끼리 경쟁하다가 싼 금액에 들어가서 적자를 보는 일도 많았다. 발주처가 계약할 때랑 다른 요구를 한다면 공사를 중단하고 계약서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일단 일을 해주면 나중에 돈을 주겠지 했다. 지난 10년은 수업료를 치른 거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다른가.

“지금 중동에서 제대로 사업하는 한국기업이 손에 꼽힌다. 대부분 빠져나갔다. 일본 업체들도 중동 시장에 관심이 없는 사이 유럽 기업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그런데 스페인, 이탈리아 등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에 재무적인 타격을 크게 받았다. 중동 프로젝트는 수조 원 단위의 사업인데 코로나19를 지나오며 보상도 못 받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망가지고 공사비가 폭등했다. 유럽 기업의 재무적인 안정성이 떨어지니 중동 국가들은 유럽 업체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중국, 인도 업체들이 저가 수주를 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의 기술력을 따라오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한국 업체에는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파딜리 가스 플랜트 증설 공사 수주 배경은.

“GS건설은 중동에서 리스크가 적고 경쟁이 없는 사업만 한다는 기조가 명확했다. 사우디 아람코가 프로젝트 입찰 참여를 먼저 요청했다. 다른 한국 경쟁사는 일감이 이미 많은 상태라 수주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됐고, 마진을 충분히 건질 수 있다고 판단돼 입찰하기로 했다.”

―중동 진출 확대를 위해 하는 일은.

“5년 뒤 신규 사업을 수주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영업 라인부터 건설 현장의 인프라, 공사 업체 등 수행 환경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수십조 단위의 공사라 함부로 들어갔다가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지정학적으로 봤을 때 향후 중동 건설 시장은 리스크가 있지 않나.

“물론 그렇지만 대규모 발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우디는 원유를 수출한 돈으로 나라 전체가 먹고사는데 탄소 제로 시대로 가면 석유를 팔 데가 없다. 국가적으로 석유 시대가 막을 내리기 전에 빨리 석유를 현금화해서 그 돈을 다른 국가 산업에 투자하자는 전략을 갖고 있다. 대규모 가스전 발주가 나오는 배경이다. 또 원유를 석유화학으로 전환시키는 공장에 대한 수요도 계속 있을 거다. GS건설은 이 분야에서 선도에 서 있는 기업이고 이를 기회로 만들 것이다.”

김영주·이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