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05년 11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총리직 수락 선서를 하고 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후 4연임에 성공하며 2021년까지 16년간 독일 총리로 재임했다. SNS 캡처

■ Global Window - 내각제 국가의 역대 조기총선

일본 자민당, 아베노믹스에도
경기 둔화하자 승부수 던져
중의원 3분의 2 확보 성과

2019년 영국 보리스 존슨도
365석 얻어 브렉시트 추진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나라들의 역대 조기 총선과 그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기 총선 결단을 통해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한 경우도 있는 한편, 여당이 패배해 정권을 내준 실패 사례도 많아 이번 영국 조기 총선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 주목된다.

집권당과 총리의 성공적인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결단 사례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이끈 2014년 총선이 꼽힌다. 2012년 총선에서 승리해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다시 가져온 아베 총리는 과감한 금융완화를 기조로 한 경제 정책(아베노믹스)을 펼쳤다. 아베노믹스 시행에도 2014년 중반 경기가 둔화하자 아베 총리는 더 강력한 완화정책 시행을 위해 2014년 11월 중의원(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총선 결과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중의원 의석 3분의 2 확보라는 완승을 거뒀고, 이를 장기 집권을 향한 초석 마련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도하며 악전고투했던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도 성공적인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이끈 바 있다. 2019년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며 총리직에 오른 존슨 총리는 이후 줄곧 브렉시트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보수당이 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계획이 번번이 좌절되자 존슨 총리는 2019년 10월 조기 총선 카드를 빼 들었다. 결국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같은 해 12월 치러진 ‘크리스마스 총선’에서 650석 중 1987년 이후 최다인 365석을 확보하며 브렉시트 추진에 힘을 받게 됐다.

하지만 모든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결정이 집권당의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1998년부터 녹색당과의 연립정부를 꾸려 독일 정권을 이끌어온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 복지정책을 축소하면서 2002년 이후 실시된 11차례의 지방선거에서 당시 야당이던 기독민주당에 내리 패배했다. 이에 2005년 슈뢰더 총리는 반격을 노리며 조기 총선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해당 총선에서 사민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사민당과 슈뢰더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당시 대표가 이끌던 중도우파 기민당과 좌·우 대연정을 구성하기에 이르렀고, 메르켈 대표에게 총리직까지 양보해 메르켈 전 총리의 16년 장기집권 길을 터줬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