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남원읍성과 충렬사 마을. 남원읍성은 성곽 방어를 위한 해자(성벽을 둘러싼 연못)와 양마장(말이 뛰어넘지 못하도록 만든 울타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일한 읍성이다.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 경관개선 사업’진행
“만인의총·광한루 연계 개발
유산·정주여건 동시에 살려야”

남원 =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남원 바닥을 다 뒤져도 이런 동네를 찾아볼 수 없어요. 옛날엔 택시 타고 ‘충렬사’(남원읍성 마을의 옛 이름) 데려다 달라고 하면 중간에 내리라고 했죠.”

24세에 시집가 충렬사 마을에서 50년을 살았다는 장금례 동충동 4통장은 최근 문화일보와 만나 4m 높이의 읍성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며 이처럼 말했다. 전북 남원시 동충동 464번지에는 남원읍성 성벽이 250m가량 남아 있다. 신라 신문왕 5년인 685년 남원소경이 설치됨에 따라 691년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97년(선조 30년) 정유재란 당시 조명연합군과 주민들이 일본군에 맞서 결사 항전을 펼친 장소로서 역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1982년 사적으로 등록됐다.

마을의 남쪽에는 일제강점기 때 부설된 전라선 철도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하루에도 20∼30번씩 지나다니는 기차의 굉음을 들으며 살았다. 철도는 2004년 철거돼 지금의 남원역을 지나도록 이전했지만 문화재보호법의 문화재 현상변경 허용 허가제도의 적용을 받았다. 따라서 2층 이상 건물을 올릴 수 없는 마을에 새롭게 이사해 살고자 하는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 그사이 200가구 넘게 살던 마을은 고령화로 인해 주민 수가 순감소하며 현재는 150가구만이 남아 있다.

오랜 시간 낙후 지역에 살고 있다는 설움을 겪어온 마을 사람들은 요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개청하며 규제 중심의 문화재보호법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담아 ‘국가유산 경관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원시는 남원읍성으로 공모 사업에 지원해 선발됐고 총사업비 2억 원을 활용해 새로운 마을 발전 계획을 그리고 있다.

스스로 남원 토박이이자 충렬사 마을 거주 20년 차로 소개한 김주완 남원문화원장은 “마을 근처에 정유재란 항전 끝에 전사한 만 명의 사람을 기리기 위한 ‘만인의총’(萬人義塚·합장유적)이 있고 남원을 대표하는 광한루와도 멀지 않다”며 “남원읍성이 간직한 정유재란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원시 관계자는 학계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계획도시였던 남원읍성의 모습을 복원하고 문화공간을 새롭게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역사유적과 김용식 서기관은 “문화유산의 가치를 살리는 것이 마을의 경관 개선과 정주 여건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역사와 주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