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이 지난 24일 문화일보와 인터뷰하며 중구 전체를 ‘남산 숲세권’으로 만들고, ‘명동스퀘어’를 조성해 디지털 전광판을 활용한 신년 카운트다운 행사를 여는 등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같은 세계적 명소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중구청 제공

■ 서울인사이드 - 새로운 도시 비전 펼치는 김 길 성 중구청장

남산 산책로 정비 넘어 ‘쉼터’로
숲속도서관 등 새 프로그램 구상

명동 옥외광고물 자유구역 선정
스토리 있는 영상·콘텐츠 활용
타임스스퀘어같은 세계관광지로

전통시장엔 컨설턴트 투입·교육
디자인 입혀 ‘힙 플레이스’ 조성

“임기 후반기에는 주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남산자락 숲길을 통해 중구 전체를 ‘남산 숲세권’으로 만들고, 40여 개에 이르는 지역 내 전통시장 환경을 대폭 개선해 세대를 초월한 휴식과 놀이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나가겠습니다.”

7월 1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은 지난 24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민선 8기 전반기에는 남산 고도제한 완화, 신당10구역 등 재개발 신속 추진 등 도시의 큰 틀을 재정립하고 비전을 제시했다면, 앞으로는 주민들의 삶 속에 들어가 당장 필요한 사업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라며 “남산자락 숲길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이 숲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민선 8기 정책 중에 가장 잘됐다고 생각하는 것을 조사했더니, 덱(deck) 길을 조성해 남산 숲길을 편하게 걸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꼽혔다”며 “지난 4월 무학봉∼버티고개까지 약 5㎞ 구간 조성을 마쳤고, 10∼11월에 버티고개 생태육교∼남산 구간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이 생각하는 중구의 장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기업이 많아서 일자리가 많고, 직장 가까이에 살기 위해 중구로 이사를 온다. 두 번째로 서울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어디로든 이동하기 편하다. 이에 더해 주민들이 만족하는 게 바로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느끼는 자연, 즉 남산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숲이다. 김 구청장은 “중구는 거의 모든 동이 가까운 곳에 숲을 갖고 있다”며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개념처럼, 중구 어디서든 남산자락 숲길에 15분 안에 닿을 수 있도록 접근로를 조성하고 지도도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산책로 정비를 넘어 숲길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주민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편하게 숲속 생태계와 접할 수 있는 옥외 전시관이나 체험학습장, 숲속 도서관 등을 생각하고 있다”며 “건강지도사와 숲길을 함께 걸으며 바르게 걷는 법을 배우는 건강 프로그램 추진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중구를 상징하는 대표적 공간 중 하나는 명동이다. 김 구청장은 명동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같은 세계적 관광지 ‘명동스퀘어’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명동은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구역으로 선정됐다. 그는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상업적 광고든 공익적 광고든 영상물들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그걸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며 “명동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공간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대형 옥외광고물에 통일된 주제의 영상물이 상영되는 명동스퀘어 조감도. 중구청 제공

김 구청장은 하반기 중 뉴욕을 방문해 타임스스퀘어의 옥외전광판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광 활성화로 연결하는지 등을 배우고 돌아올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옥외광고물 한두 개를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매력적이고 독특한 공간과 콘텐츠를 선보여 외국에서 명동을 찾아오게 하고, 그 경제적·문화적 파급효과가 대한민국 전체로 퍼져나가게 하겠다”며 “명동에서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K-문화가 탄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구청장은 5년 내 명동스퀘어가 필수 관광명소로 떠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는 11월 신세계백화점을 시작으로 건물 LED 전광판을 계속 확대한다. 김 구청장은 “전체 옥외광고물에서 일제히 같은 화면이 나오거나, 각각의 영상이 하나로 연결되는 스토리를 갖고 차례로 송출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특히 “올해 연말부터 명동스퀘어에서 타임스스퀘어처럼 디지털 사이니지(signage) 기술을 활용할 신년 카운트다운 같은 이벤트를 추진해볼 생각”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즐기고 감동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구는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신중부시장, 신중앙시장 등 전통시장이 약 40곳이나 있는 지역이다. 김 구청장은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그는 “시장도 찾아오는 손님만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 판매, SNS 판매 등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달라진 트렌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기에 지난 4월 ‘상권발전소’라는 기구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상권 관련 전문가, 컨설턴트들이 시장 상인들을 지속해서 돕는 조직으로, 중구에서 처음 시도하고 있다.

특히 중구의 대표적인 생활형 시장인 황학동 신중앙시장은 상가 정비에 그치지 않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마켓홀’처럼 혁신적 디자인을 입혀 ‘관광형 체험시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외관 디자인은 서울시에서 예산을 투입해 국제공모를 하고 있고, 중구는 시장의 콘텐츠를 바꿔갈 예정”이라며 “단순히 장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인근 ‘힙당동’(힙플레이스+신당동)을 찾는 2030세대, 청계천을 걷는 모든 연령층, 외국 관광객까지 찾아와 놀고 휴식하는 ‘초세대 놀이터’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