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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당정분리’는 국정 성공 조건… 與대표, 尹과 수평 협력 꾀해야

  • 입력 2024-06-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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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우의 Deep Read - 與 전당대회와 당정분리론

‘미래를 준비하는’여당 대표, ‘현재에 집중하는’대통령과의 ‘상대적 자율성’확보 절실
민주주의는 권력분산의 제도화… 새 당대표, 尹의‘협력자이자 비판자이며 당정 조율사’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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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22대 총선 패배 후 당 대표 선출을 통해 당의 혁신을 도모할 중요한 기회를 맞았다. 108석에 불과한 소수당의 위치에서 집권당의 면모를 발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석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의 체질을 바꾸고 이슈 민감성을 바탕으로 민생 어젠다를 주도하면서 국민적 신뢰를 쌓아 중도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 선출되는 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여론을 제대로 전달하고 국정 운영에 잘 반영되도록 하는 전략적·협력적 당정분리가 긴요해진다. 22대 총선 참패로 침체의 늪에 빠진 집권여당의 전당대회가 중요한 이유다.

◇당헌 7·8조의 정신

국민 신뢰를 받는 집권여당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문제는 대통령과 여당의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단임제하에서 대통령은 임기 중 안정적 권력 유지가 주된 관심사다. 반면 여당은 차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정치를 구상해야 한다. 따라서 ‘미래를 준비하는 여당’은 ‘현재에 집중하는 대통령’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민주화 이후 보수든 진보든 모든 여당은 대통령에 종속되는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임기 말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과 멀어지는 단절적 정치를 반복 경험해 왔다. 정당이나 대통령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다. 여당을 통제하고 국회를 지배하려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민주정치 발전에 걸림돌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당정일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중심 과제가 됐다. 필요한 때 여당이 제 목소리를 내야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기능이 정상화되고 선거에서 정당이 중심이 되는 책임정치의 구현이 가능하다.

국민의힘 당헌에는 당정분리라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당헌 7·8조). 특히 대통령의 당무 개입 금지를 규정한 당헌 7조는 한나라당 시절인 2002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대통령은 당 대표 선출이나 각종 선거의 후보 공천에 간섭·개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해당 행위로 여기는 경직성이 당과 대통령실 안팎의 지배적인 분위기로 자리 잡은 것도 사실이다.

◇당정분리에 대한 오해

집권당이 대통령 눈치만 보는 구조에서 야당은 여당이 아니라 결정권을 가진 대통령을 협상 상대로 삼으려 한다. 분점정부, 여소야대 정국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결국 국회는 여야 간 타협과 합의의 공간이 아니라 파행과 공전의 장이 되어 버린다. 이에 필요한 게 당정분리다.

당정분리에 대한 오해가 있다. 여당이 대통령과 사사건건 각을 세우며 국정 운영에 제동을 건다는 것이다. 여당은 대통령과 공동운명체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성공하지 못하면 여당이 차기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없다. 선거에서 여당은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둔 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국정 지지도에 따라 득표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건설적 제안과 대안을 제시하고 때론 협의함으로써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이끌어야 할 의무를 갖는다. 이게 당정분리의 정신이자 목적이다.

대통령과의 갈등을 조정하고 정부 정책에 전략적·협력적 비판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집권당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집권당 대표란 당정 간의 ‘협력자이자 비판자이며 조율사’의 역할을 하는 자리다. 대통령과 여당이 일방적이고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쌍방 소통의 수평적 관계가 돼야 한다는 지적은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지금이 당정분리를 실행할 좋은 기회다. 윤 대통령 임기 만료(2027년 5월) 때까지 차기 총선(2028년 4월)이 없어 자유로워질 수 있는 데다, 22대 총선 참패 책임론으로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당무 개입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당 대표의 역할

이번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들의 성향을 대통령과의 관계만 놓고 보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반윤’, 나경원·윤상현 의원은 ‘비윤’이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후보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뿐이다. 그런데 ‘원팀’을 내세운 원 전 장관조차 윤 대통령에 대한 ‘레드팀’의 역할을 강조했다. 즉 당 대표 후보 모두 수직적 당정일체의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통적 인식을 갖는 셈이다. 따라서 누가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당정관계는 과거보다는 보다 수평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분리로 가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윤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의 전향적 태도 또한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 변화가 없다면, 새 국민의힘 지도부의 당정분리 시도는 외려 국민의힘 내부에 혼란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이 경우 대통령과 여당 간 갈등이 불거지고 양자 모두의 지지도가 떨어져, 반사적으로 야당의 정치 주도권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당정 관계를 지나치게 극단적 시각으로만 접근해 대통령과 여당이 전략적·협력적 관계로 나아가지 못하면 이 또한 실패로 끝날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이 그랬다.

과거 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경선 때부터 “3김시대 권위주의 정치 청산”을 부르짖으며 집권 후 당정분리를 몸소 실천했고, 당선된 이후엔 이전 대통령들과는 달리 당 총재직을 맡지 않았다. 하지만 임기 3년 차였던 2005년 6월 집권 열린우리당과는 일절 상의도 없이 제1당인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여야 모두의 반대로 무위에 그쳤다. 노 대통령의 제안은 여당 내부의 극심한 내분과 탈당 사태, 이후 재·보선 참패 등을 불렀다. 극단적 당정분리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다.

◇권력 분산의 제도화

민주주의는 권력 독점을 경계하고 권력 분산을 제도화한다. 당정분리는 당과 대통령의 관계 자체를 단절시키고자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과도한 당무 개입을 막는 데 1차 목적이 있다. 당정분리의 2차 목적은 대통령과 여당이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데에 있다.

미국 정치에서 당정분리는 건국 후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로 인해 대통령의 권한이 약화했다는 보고나 연구 결과는 없다.

집권당이 전략적·협력적 당정분리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민심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이것이 집권당이 실천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며, 오는 7·23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새 여당 대표가 견지해야 할 절실한 자세이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용어 설명

국민의힘 ‘당헌 7·8조’엔 대통령은 임기 동안 명예직 이외의 당직을 겸할 수 없게 해(7조) 당정분리를 규정했고, 당정이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한다고(8조) 돼 있다.

‘당정일체’는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당무에 개입하는 것을 용인하는 논리 혹은 제도. 대통령의 뜻에 당론을 맞춰가는 것이어서 자칫 여당이 대통령의 사유 정당으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됨.


■ 세줄 요약

당헌 7·8조의 정신 : ‘미래를 준비하는 여당’은 ‘현재에 집중하는 대통령’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 이것이 당정분리의 정신. 국민의힘 당헌 7·8조에는 당정분리라는 제도적 장치가 규정돼.

당 대표의 역할 : 당이 대통령과 사사건건 각을 세우는 게 당정분리가 아님. 집권당 대표는 당정 간의 ‘협력자이자 비판자이며 조율사’의 역할 해야 함. 대통령과 여당이 수직 관계가 아닌 쌍방 소통의 수평적 관계 돼야.

권력 분산의 제도화 : 민주주의 정신은 권력 독점을 경계하고 권력 분산을 제도화하는 것. 집권당이 대통령과 전략적·협력적 당정분리를 실천해야 국정 성공 가능. 이것이 전대에서 선출될 새 여당 대표가 가져야 할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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