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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Window - 당락 좌우했던 ‘역대 TV토론’

대통령 선거에서 TV토론의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 선거에 나설 후보자들을 직접 접할 기회가 유세 외에 TV토론과 연설밖에 없던 과거보다 최근 선거에서는 연일 SNS를 통해 후보들의 메시지를 접할 수 있는 데다 대선 홍보 전략도 크게 발달해 후보자들의 이미지 구축에 각 캠프가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외부의 도움 없이 후보자들만이 무대에 서서 토론으로만 정해진 시간에 맞서 싸우는 만큼 토론을 거치며 대중에게 각인되는 이미지, 토론 와중에 터져 나온 ‘말실수’ 등은 여전히 박빙 선거판의 중요한 변수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는 TV토론을 통해 판세가 뒤바뀐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대선에서 TV토론이 처음 도입된 1960년 대선이다. 당시 부통령이던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과 정치신인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상원의원 간 맞대결은 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TV토론(왼쪽 사진)이 이들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누가 봐도 긴장하고 경직된 모습의 닉슨과 달리 케네디는 시종일관 여유롭고 당당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젊고 잘생긴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후 본격적인 미디어 정치 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많은 전문가들이 TV토론이 없었다면 승리하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하는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1984년 당시 73세의 나이로 상대 후보로부터 나이가 많다는 공격을 받던 레이건은 “선거에서 나이를 이슈화하지 않겠다. 경쟁자의 젊음과 무경험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유머를 사용해 반전을 끌어냈다.

사형제 반대론자였던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는 1988년 ‘만약 아내가 성폭행·살해를 당하면 사형제를 찬성하겠느냐’는 질문에 “반대한다”는 원칙론을 반복하다 인간적인 면이 없다는 부정적 여론 평가를 받아 패배했다. 2000년 토론회에선 당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격돌한 앨 고어 부통령이 한숨을 쉬는 등 참을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 속에 지지율 우위를 못 지키고 패했다. 2012년 대선 토론(오른쪽)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와 맞붙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군사 예산 축소를 지적하는 롬니 후보의 공격에 농담 섞인 답변으로 빠져나갔고, 언론은 롬니 후보가 ‘KO패 당했다’고 썼다. 한 관계자는 “TV토론 한 번으로 승패가 뒤바뀌진 않지만 뒤지고 있는 후보가 판을 엎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앞서던 후보가 미끄러지는 실수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