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지 야쿠츠크서 늦게 출발
한국 반발·중국 견제 고려했을수도

외교 무대에서 잦은 지각으로 악명이 높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의 방북에서도 다시 한 번 지각을 했다. 푸틴 대통령이 예정보다 늦게 북한에 도착하면서 1박 2일이던 방북 일정이 당일치기로 축소됐다.

타스통신은 19일 새벽 2시 46분쯤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원래 푸틴 대통령은 18일 늦은 오후 시간에 북한에 도착해 19일 오후까지 북한에 머물 예정이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늦게 도착한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으로 향하기 전 러시아 동부 사하(야쿠티야) 공화국의 야쿠츠크를 10년 만에 방문했는데 여기서 일정을 소화하느라 북한으로의 출발 시간이 미뤄졌다. 푸틴 대통령은 아이센 니콜라예프 사하 공화국 수장, 지역 주민들과 만나는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 뒤에야 북한으로 출발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인 일류신(IL)-96 항공기 3대는 각각 18일 오후 9시 34분, 오후 10시 35분, 오후 10시 54분에 야쿠츠크에서 이륙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보안을 강화한 푸틴 대통령이 보안을 이유로 심야 시간대에 이동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이 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던 한국에 대한 고려와 중국의 견제를 의식해 지각을 통해 방북 일정을 당일치기로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여러 정상회담에서 지각해 눈총을 산 바 있다. 그는 2014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 4시간 15분, 2018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 2시간 30분 각각 늦은 바 있다. 한국 정상들과의 만남에서도 지각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회담할 때는 1시간 45분, 2019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2시간 가까이 늦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지각 본능이 일종의 외교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