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무섭게 번지는 불길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북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헝그리 밸리 주립 차량 레크레이션 공원 인근으로 번지자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기 위해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불길이 계속 확산하자 인근 휴양지에 머물던 1200여 명을 대피시켰다. AFP 연합뉴스

■ 세계 곳곳 폭염 피해

美 고온건조 날씨 화재위험 높여
사우디 메카는 ‘기온 47도’ 전망

이른 폭염이 세계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면서 기상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고 낮 기온이 40도를 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그리스에선 인명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16일 미 캘리포니아·LA 소방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47분쯤 LA 북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5번 고속도로 일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 불은 최대 시속 48㎞의 강풍을 타고 확산해 이날 오전까지 약 45㎢(1만1000에이커) 면적을 태웠다. 상업용 건물 2채가 파손됐으며 아직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짙은 연기로 시야가 제한돼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불길이 계속 번지면서 당국은 인근 휴양지에 머물던 1200여 명을 대피시켰으며 화재 지역과 인접한 피라미드 호수 일대도 폐쇄했다. 화재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미 기상청(NWS)은 전날 이 일대 기온이 34도를 웃도는 동시에 습도는 10%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고온 건조한 날씨가 화재 위험을 높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슬람 최대 행사인 성지순례(하지)를 맞아 순례객이 몰리고 있는 사우디에서는 요르단인 14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고 17명이 실종됐다. 또 사우디 보건부는 이날에만 순례자 2760명이 고온으로 인해 일사병 등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이상 고온 현상에 따른 것으로, 17일 메카 기온은 47도까지 오를 전망이어서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하지는 14∼19일 엿새 동안 열린다. 사우디는 올해 하지에 180만 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그리스 서북부 코르푸스섬 해변에서는 미국인 관광객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40도가 넘는 고온 속에서 무리하게 하이킹 등 외부활동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현재 3명의 관광객이 실종된 상태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