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의사들 맹비난

“서울대병원이 우리나라 제일이니까 믿고 왔는데 환자들이 왜 이런 봉변을 당해야 하는 건가요. 의사들은 국민을 설득할 명분을 점점 잃고 있어요.”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하기로 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도 18일 대대적인 집단 휴진을 예고하자 “의사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 행태”라는 환자들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증·희귀질환자들은 정부에 의사 파업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실질적인 환자 보호책을 촉구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뇌경색 환자 보호자 김모(75) 씨는 “서울대병원의 높은 수준을 믿고 병원을 옮기기로 결심했는데 이전 병원에 ‘다시 받아달라’고 구걸해야 할 판”이라며 “의사들 밥그릇 싸움이 이렇게까지 길고 큰 피해로 이어질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8년째 이곳에서 유방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채모(67) 씨도 “그간 운이 좋게도 의료 대란을 피해 왔다는 안도감이 있었는데, 무기한 총파업이라니 걱정이 앞선다”며 “서울대병원의 파업 결정이 다른 병원에 유행처럼 퍼져나갈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폐암환우회 등 환자단체 6곳이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전날 ‘의사단체들은 의사 본분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긴급 성명서를 내고 “의협의 파업 선언은 국민 건강은 내팽개치고 집단 이익만 추구하는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국민 구성원이길 포기한 의협 간부들과 불법 파업에 들어가는 의사들의 행동을 좌고우면하지 말고 행정조치와 사법 처리에 들어가야 한다”며 “의사 불법 파업을 단순한 보건 문제가 아니라 국민 안전과 생명을 위해 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다스려 국가공동체, 국민공동체를 온전히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정부와 의사의 고래 싸움 속에 등이 터지는 것은 환자들”이라며 “환자를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수한·김린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