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프랑스 디저트를 기반으로 한 엘라보레의 디저트. 왼쪽 사진부터 어뮤즈로 등장하는 디저트, 쌀꽃, 발효 토마토와 달래, 깔리송, 병아리콩 수플레와 아스파라거스 아이스크림.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엘라보레

지난주에 소개했던 스테이지 바이 고디바에서의 라이브 디저트를 맛보고 감탄했던 감성을 이어 보다 섬세한 파티시에의 개인 업장에서의 경험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작년 8월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오픈한 엘라보레(elabore)는 프랑스어로 ‘심사숙고해 구상하다, 정성을 들여 만들어내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너 셰프인 김요솔 파티시에의 반복되는 매 순간을 거쳐 완성된 잘 다듬어진 접시를 전하고 싶은 작은 바람이 담겨 있는 이름이라고 합니다.

보통 소비자들이 쉽게 단품으로 구입하는 디저트가 가져야 할 요소와 이렇게 코스로 바로 조립 또는 요소들을 더해서 손님에게 내는 디저트가 지향하는 지점은 조금 다른 방향일 수 있습니다. 완성한 후 손님의 손으로 넘어가 맛보기 전까지의 시간을 감안하기 어려운 단품 디저트인 경우는 보존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이렇게 테이스팅 코스로 맛보는 디저트는 정해진 시간 내에 만들어지는 코스의 플로를 고심하여 기승전결의 리듬을 생각해야 합니다.

앞선 디저트가 가진 맛과 다음에 이어질 맛의 조화로움 그리고 텍스처가 반복돼 지루함을 유발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김 파티시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바로 그 지점, 조화로움에 예술적인 감각을 더해 그만의 시선으로 만들어내는 디저트라고 합니다.

엘라보레는 프랑스 디저트를 기반으로 엘라보레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테이스팅 코스를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 레스토랑으로, 기분 좋은 날 한 끼 정도를 디저트로 즐겨보는 경험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구상했습니다. 프랑스 요리만큼이나 다양성을 지닌 디저트의 매력과 계절의 맛과 향을 담은 채소, 구황작물, 향신료들로 완성되는 맛의 결정체를 하나의 접시에 담아 일반적인 디저트의 프레임을 넘어서 단독의 카테고리로 완성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엘라보레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녁 시간에 디저트로 코스를 즐긴다는 색다른 기쁨에 페어링되는 알코올 그리고 논알코올 드링크가 배가하는 시너지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단품으로도 즐길 수 있는 코스타리카와 브라질, 멕시코, 우간다 블렌딩 커피와 프로방스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허브티 그리고 다양한 디카페인 티와 탈리스커, 헤네시, 키노비 등과 같은 다양한 주종의 스피릿도 구비돼 있습니다.

본격적인 코스는 홍매화 웰컴티로 시작해 멋진 구성의 어뮤즈 플레이트가 등장합니다. 콜리플라워 바닐라 타르트, 황금 멜론과 로즈메리, 구좌 당근과 호박씨, 머시룸 에클레어, 꽃새우와 파프리카, 당귀와 방아 타르트로 이어지는 화려하면서도 맛의 뉘앙스는 명징한 스타트였습니다. 이어지는 발효 토마토와 달래 볼은 개운하면서도 감칠맛의 노트가 도드라졌습니다. 그리고 엘라보레의 시그니처라 해도 아쉬움이 없을 쌀꽃이 등장합니다. 쌀꽃은 활짝 피어 있는 흰 꽃을 표현, 리치 머랭 안에 발효한 리치 겔, 은은하게 느껴지는 팔각 아이스크림, 구운 쌀 퍼프, 쫀득한 쌀 크림, 그 위에 아주 얇은 꽃잎 모양의 쌀 튀일을 올려 완성했습니다. 향과 비주얼 그리고 칼로 잘랐을 때의 바삭거리는 텍스처까지 모두 의도된 아름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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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인상적이었던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의 향토 과자인 깔리송을 재해석한 디시와 병아리콩의 고소함으로 프랄리네를 만든 수플레와 아스파라거스 아이스크림의 페어링을 추천합니다.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62길 15, 3층 https://www.instagram.com/elabore_seoul/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