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윤슬 기자

■ 정병국 예술위원장

“창작자 업무보고 듣고 제도 손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지원도
시민문화 강좌 강사로 현장뛰어”

올해 임기 2년 차에 접어든 정병국(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스케줄은 빽빽하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운영주체이자 커미셔너인 예술위의 수장으로 지난 20일 공식 개막에 맞춰 베네치아로 날아갔던 정 위원장은 그곳에서 다시 지역 문화재생 사업 벤치마킹차 영국으로 건너갔다 귀국했다. 현장형 리더인 그는 요즘 예술위 시민문화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매주 월요일엔 직접 커피를 내리며 예술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역 문화 현장을 직접 찾아 눈으로 확인하고 주말이면 공연장과 미술관을 찾는다. 그런 과정을 통해 심사제도와 지원 패턴을 바꾸고 여러 행사를 통폐합해 아비뇽 축제 같은 글로벌 축제를 만들려는 그를 만났다.

―지난해 1월 취임해 두 번째 해다. 돌아보면.

“취임한 해가 예술위 출범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50년을 돌아보고 점검하며 어떻게 새로운 50년을 써나갈지 고민했다. ‘탁상행정’이 아니라 현장 창작자, 향유자들을 상대로 보고를 듣고 전문가 토론, 공청회를 거쳤다. 그렇게 심사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44개나 되던 사업도 17개로 통폐합했다. 이에 따라 내부 조직도 수직적 조직에서 수평적 조직으로 전면 개편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방자치단체 등 지원 사업이 다양한데 예술위 역할은.

“일회성 사업 시대는 끝났다. 학생 지원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그다음엔 청년 도약사업 지원을 받도록 하는 등 교두보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 또 광역·기초단체까지 문화재단이 갖춰져 전국에 141개 문화재단이 있다.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직접 지원은 지역에서 하게 하고 예술위는 전국적인 지원 그리고 세계화를 고민해야 한다. 여러 곳에 산재돼 있는 축제도 개별 축제는 지역에서 담당하고 우리는 연극이라면 아비뇽 축제 정도의 글로벌한 축제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주 월요일 아르코 라운지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대접하며 예술인과 만나 상담해주는 ‘아르코 익스프레소’가 화제인데.

“예술가의 집이 명실공히 예술가들의 공간, 예술가와 일반 시민의 가교 역할을 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공간을 재배치하고 리모델링했다. 그곳에서 직접 예술가들을 만나 소통하는 것이 실제 행정에 큰 도움이 된다. 또 그곳에서 시민 문화강좌, 정오의 콘서트 등도 여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

―베니스비엔날레 커미셔너로서의 역할은.

“비엔날레재단과의 소통을 비롯해 예술감독이 한국관에서 전시를 개최하기까지의 행정적·물리적·재정적 지원을 했다. 전시 기간뿐 아니라 전시가 없는 기간에도 한국관 공간의 유지 보수를 위한 공사 등 공간에 대한 운영·관리를 해오고 있다. 또 제한된 지원금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나 재단 등에 한국관 전시계획을 소개하며 후원금을 요청하는 역할도 한다. 최근 들어 한국 미술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이런 시점에 한국 미술을 좀 더 세계에 알리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올해 아티스트, 프로듀서, 엔지니어가 모여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에이프캠프를 준비하고, 내년에는 문화예술세계총회의 한국 개최를 준비하는 그는 바쁜 틈에도 일주일에 한두 편은 공연을 꼭 본다. 최근에 본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창극 ‘리어’를 꼽았다. “연극 리어왕과는 달랐고, 특히 우리의 것을 통해 표현해서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그는 부연 설명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