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민주당 의원들
“통일된 법적 규범 만들어야”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강력 반발하며 조례의 상위법인 학생인권법 제정을 촉구해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9일 오전 시교육청 본관 앞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박주민, 강민정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회 및 충남도의회의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특정 집단의 왜곡되고 과장된 논리에 따라 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했다”며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조례의 일부를 보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적 진단을 회피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발하는 의미로 시작한 72시간 천막 농성을 이날 오후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지자체 단위의 인권조례가 갖는 한계에 대해 “법률적 기반이 확고하지 못하다 보니 교육감 성향이나 지방의회 구성 변화, 그리고 이와 결부된 인권조례 반대 단체 활동 등 유동적인 상황에 따라 조례가 제정·폐지되고, 권리의 보장 수준이 달라지거나 사업이 축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통일된 법적 규범인 학생인권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인권법은) 교원의 인권과 교육활동을 함께 존중하는 법이어야 한다”며 “(학생인권법이) 학생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학교 내에서의 차별과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학생의 기본권과 보호 방안을 명시한 학생인권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더라도 상위법 입법 과정을 통해 다시 조례와 같은 효과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학생인권법은 학생인권센터를 설치하고 교직원의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다만, 학생 인권을 조례가 아닌 법령으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청은 기한 내인 5월 중순쯤 시의회에 재의 요구를 할 계획으로, 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법원 제소를 비롯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도교육감은 시도의회의 의결 내용이 법령에 위배되거나 공익을 저해한다고 판단되면 20일 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