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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살리고 떠난 사람들

“쪽방촌 봉사 하시던 어머니 뜻 따라… 3명에 새 생명 선물”

노지운 기자
노지운 기자
  • 입력 2024-04-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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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11년 3명에게 신장과 간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성경자(오른쪽 첫 번째) 씨와 아들 이상영(55·가운데) 씨 가족이 2005년 제주도로 여행 갔을 때 찍은 가족사진. 이상영 씨 제공



■ 살리고 떠난 사람들 - 이상영 씨 어머니 성경자 씨

“어릴적 헤어져 22년만에 재회
갑자기 쓰러져 뇌사상태 빠져
병원의 장기기증 제안에 고심
나누며 살던 삶 생각하며 승낙
저도 이웃사랑 이어받아야죠”


“어머님은 생전에 쪽방촌 주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시고 봉사도 하셨어요. 어머니께서 말씀은 안 하셨지만 장기기증을 원하셨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011년 간과 신장을 3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성경자(사망 당시 62세) 씨. 아들 이상영(55) 씨는 “병원에서 뇌사 상태였던 어머니의 장기 기증을 제안했을 때 불같이 화를 냈지만, 봉사가 삶이었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기증을 결정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친척 집을 전전하다 재혼한 아버지 집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11살 무렵 친어머니 성 씨를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해 떠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사진이 들어있는 목걸이를 아들의 목에 걸어줬다. 1981년 여름, 모자는 2박 3일간 여행을 끝으로 오랜 헤어짐을 맞이했다. 이 씨는 새어머니 밑에서 자란 시절을 “지옥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그는 “새어머니는 다 큰 아들이 오니 탐탁지 않아 했다”며 “집에 있어도 집에 있는 기분이 아니라 가출도 많이 하는 등 방황했었다”고 회상했다.

친어머니와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이 씨는 2003년 한 방송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22년 만에 어머니와 재회했다. 이후 모자는 같이 생활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일하던 식당에 갔더니, 어머니는 남은 김치와 반찬을 차에 싣고 있었다. 이 씨는 “어머니는 쪽방촌으로 차를 모시더니 주민들에게 김치와 반찬을 갖다 줬다”며 “이유를 물으니 ‘가진 건 없지만 자식 버리고 간 죄책감’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 씨도 성인이 된 이후부터 꾸준히 봉사를 해오던 참이었다. 모자는 이웃을 향한 봉사로 더욱 끈끈해졌다.

영원할 줄 알았던 만남은 야속하게도 길지 않았다. 2011년 어머니가 수영 강습을 받으러 갔다가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진단명은 뇌졸중의 일종인 지주막하출혈. 수술도 불가능한 뇌사 상태였다. 이 씨는 “병원에 갔더니 이미 피가 머리에 응고가 돼 사진을 찍어도 뇌 내부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병원은 장기 기증을 제안했고, 이 씨는 이틀을 고심한 끝에 기증을 결정했다. 이 씨는 “살아계실 때 꾸준히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온 분인 만큼 이것이야말로 진정 어머님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 씨는 20년 넘게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주변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이 씨는 “제가 헛된 유년기를 보낸 것도 있고 그동안 엄마를 못 만났잖아요. 어르신들이 다 우리 엄마 같더라고요. 봉사는 제 삶의 전부예요. 이거 안 하면 제가 병이 나서 죽을 것 같아요. 눈 감는 순간까지 할 겁니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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