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법원. 뉴시스.

태양광 시설 가림 문제로 수 년 간 갈등
만취 상태서 이웃 죽이고 그 배우자도 상해


옆집 나무가 자택 태양광 시설을 가린다는 이유로 갈등을 빚던 이웃을 살해한 40대에게 징역 23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살인·특수상해 및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자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은 없다"면서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특히 피고인에 의하여 자신의 배우자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당한 B 씨가 입었을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헤아리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살인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이를 말리는 B의 발을 칼로 찔러 상해한 점을 봤을 때 양형이 부당하지도 않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3일 강원 철원군에 있는 단독주택에서 이웃 주민인 70대 B 씨를 수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이를 말리는 B 씨의 아내 C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수년 전부터 자신의 집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이 B 씨 밭에 있는 복숭아 나무에 가려 제대로 충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갈등을 빚어왔다.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던 A 씨는 같은 이유로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살인할 결심을 하고 B 씨의 집을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이후 혈중알코올농도 면허취소(0.08%)를 웃도는 0.10%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달아난 혐의도 받는다.

A 씨는 자신이 자수를 했다는 점이 참작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심 법원은 "사람을 죽였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것은 자수라 볼 수 없다고 그의 주장을 배척하며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해자 측과 갈등이 수년간 이어져왔고 A씨가 자백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유족 측이 A씨 소유 토지에 대해 청구한 부동산 가압류가 결정되며 금전적인 피해 회복이 기대되는 점 등을 반영해 징역 23년으로 형량을 낮췄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