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하마스가 영상을 통해 공개한 미국계 이스라엘인 인질 허시 골드버그-폴린.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 나온 인질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판하며 이스라엘 정부가 라파 공격보다는 인질 협상에 조속히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마스는 24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미국계 이스라엘인 허시 골드버그-폴린의 모습이 담긴 3분 길이의 영상을 공개했다. 골드버그-폴린은 지난해 10월 7일 새벽 슈퍼노바 음악 축제가 열린 이스라엘 남부 레임의 키부츠(집단농장) 인근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에게 잡혀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그는 왼쪽 손목이 절단된 상태로 영상에 등장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요청했다.

그는 피랍 당시 누구도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았다며 네타냐후 총리 정부가 하마스의 인질극을 방치하고 200일 동안 구출도 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70명의 인질이 목숨을 잃었다며 휴전 제안을 거부한 이스라엘을 비판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촬영 날짜가 기록되지 않았지만, 그가 200일 가까이 억류됐다고 설명한 점을 고려하면 영상은 최근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이 공개된 날은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지 201일째 되는 날이다.

하마스의 행보는 라파 공격이 다가오는 시점에 군사작전이 아닌 협상으로 인질을 먼저 구출해야 한다는 이스라엘 안팎의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골드버그-폴린의 영상 공개 후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 위치한 네타냐후 총리의 자택 인근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열리는 등 이스라엘 사회는 술렁이고 있다. 인질 가족들은 성명을 내고 "허시의 절규는 모든 인질의 절규다. 더는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며 "인질 석방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의 영상 공개를 교묘한 심리전이라고 비판하며 하마스 소탕을 멈출 의지가 없음을 천명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해 인질들을 되찾을 것"이라면서도 "하마스가 인질들을 모두 풀어줄 때 까지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모두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