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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단축 위협’ 尹과 ‘유죄판결 공포’ 李의 방탄회동… 협치냐 전쟁이냐

허민 전임 기자
허민 전임 기자
  • 입력 2024-04-23 09:48
  • 수정 2024-04-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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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尹·李 회동을 보는 관점

尹은 ‘조기 대선’· 李는 ‘사법적 심판’ 방어 필요성…둘의 생존 게임이 양자회동으로
25만원·쌍특검 등 난제 줄줄이…신뢰 구축 안되면 협치 아닌 또 다른 전쟁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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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2대 총선 참패로 국민으로부터 ‘심리적 탄핵’을 경험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임기를 지키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7개 사건 10개 혐의와 관련한 ‘유죄 판결 공포’가 너무 크다. 조기 대선으로 사법 리스크에서 해방되는 게 절박하다.

둘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생존과 안전’이다. 윤·이 회동은 임기 단축 위협에 직면한 윤 대통령과 사법 심판대에 놓인 이 대표, 둘의 생존과 안전 확보의 절박성이 만들어낸 사건이다.

◇‘임기 단축 위협’ 받은 尹

윤 대통령은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 내정 사실을 직접 알렸다. 그러면서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 내용과 관련해 “나아갈 방향과 정책은 세워져 있고, 지금부터는 국민에게 더 다가가고 정책 추진을 위해 야당과도 소통하고 설득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임기 중반에 접어든 윤 대통령의 ‘정치 주력’ 의지는 1987년 체제 들어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걸어온 전형적인 코스와는 좀 다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정치 No, 경제 Only”를 선언했었다.

여권의 총선 패배 책임론은 ‘윤7한3’이다. 윤 대통령 책임 7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책임 3할. 윤 대통령에겐 2022년 대선 승리를 가져다준 통치동맹을 해체하고 지지기반을 축소한 근본적 책임이 있다. ‘김건희·이종섭·황상무·물가·의대’로 요약되는 ‘김·이·황·물·의’ 논란이 모두 용산발(發) 악재였다. 이것이 7할. 한 전 위원장은 캠페인 전략 실패와 혁신공천 부재로 254개 지역구에서 164명의 예하 장수들을 땅에 묻은 패장이다. 이것이 3할.

박근혜 정권 당시 치러진 20대 총선(2016년)에서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원내 2당, 민주당은 한 석 차이인 123석으로 1당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그해 말 국회 탄핵소추 표결에서 최소 60명이 주군을 배신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108석에 그쳤다. 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을 아우른 범야권은 무려 192석이나 된다.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버틸 수 있다던 박 전 대통령도 탄핵당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대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그에겐 콘크리트 지지층도 없다. 22대 총선은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한 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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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공포’에 놓인 李

192석의 범야권은 조기 대선을 꿈꾼다. 둘 중 하나다. 개헌 아니면 탄핵. 야권은 전자를 우선 추진하겠지만, 후자를 배제하지 않는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3년은 길다’를 슬로건으로 총선을 치러 성공했다. 민주당 공천 내전에 환멸을 느껴 선거를 포기할 뻔했던 전통적 야당 지지자들은 ‘정권 탄핵’을 연상케 하는 조국당의 선명한 구호에 끌려 투표장에 나왔다.

7개 사건 10개 혐의로 수사와 재판에 시달리는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과 찐명 진영도 연일 탄핵론을 꺼내 든다. 추미애(경기 하남갑) 당선자는 현재의 정국에 대해 “박근혜 탄핵 직전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반(反)윤석열 운동을 주도하는 ‘촛불행동’은 “탄핵 대상과 영수회담이라니, 민심을 거스르는가”라고 격앙했다. 김준혁(경기 수원정)·부승찬(경기 용인병)·한창민(비례) 야권 당선자들은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주변의 탄핵론을 주시하면서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투 트랙 작전을 펼칠 계획이다. 최선의 방책이 조기 대선, 즉 대통령을 중도에 그만두게 하고 확정판결 전 대선을 치러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이 ‘개헌→조기 대선’에 동의해 스스로 남은 임기를 줄이겠다고 하면 제일 좋겠지만,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을 직에서 파면하는 ‘박근혜 모델’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조해진(경남 김해을)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고 민주당의 국정농단을 막는 길은 민심을 얻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파천황(破天荒)의 변화’를 촉구했다. 문화일보는 이미 지난해 말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관련, ‘파천황의 해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었다(12월 26일자 ‘허민의 정치카페’ 참조).

◇윤·이 회동

어영부영하다 혹독한 사법적 철퇴를 맞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떠는 이재명 대표, 국정 동력을 살리지 못하면 남은 임기를 지탱하지 못할 것이란 위기에 휩싸인 윤 대통령. 윤·이 회동은 대선을 앞당겨야 살 수 있는 야당 지도자와 임기를 지켜야 할 대통령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생존 게임이다.

윤·이 회동이 수렁에 빠진 윤 대통령에겐 구명줄이 될 수도 있다. 8차례나 대화를 요구했던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만나 협치의 장면을 연출하는 순간, 정국 파행은 둘의 공동 책임이 된다.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면 성과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협치의 기본인 ‘주고받기’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둘이 논의할 의제는 ‘4+알파(α)’다. 문제 풀이가 쉬운 순서대로 보면 ①총리 인사 ②의대 증원 ③전 국민 25만 원 지급 ④채 상병·김 여사 특검이다.

①총리 문제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추천을 요청하고, 어차피 실권 없는 상징적 자리이므로 이 대표가 부담 없이 무난한 인물을 추천할 수 있다.

②의대 증원은 이 대표의 ‘정부의 전향적 자세 전환’ 요구와 윤 대통령의 ‘의료계 복귀·대화 우선’ 주장이 부딪히겠지만,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다.

③25만 원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 철학과 윤 대통령의 ‘포퓰리즘=마약’ 신념이 충돌을 일으킬 것이다. 지급 대상과 금액을 조정한 대통령의 역제안이 변수다.

④채 상병·김건희 특검은 양쪽 입장이 180도 다르다. 김건희 특검은 검찰 캐비닛 안의 파일을 열겠다는 권력의지와 관련 있고, 채 상병 특검은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 여부와 엮여 있다.

가장 어려운 의제는 ‘+알파’, 즉 둘의 생존과 안전 문제다. 윤 대통령은 임기 단축을 막아 권력의 안전을 유지해야 하고,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를 기필코 차단해 정치생명을 지켜야 한다. 둘 사이의 신뢰 구축이 관건이겠지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협치냐 전쟁이냐

강성 민주당 지지층은 윤·이 회동에 대해 “독재와 협치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윤 대통령의 전통 보수층에서는 “범죄자와 타협하지 말라”고 비판한다. 생존을 향한 지독한 게임을 벌여야 할 둘의 만남은 협치로 이어질까, 또 다른 전쟁의 탐색전이 될까.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윤 대통령의 ‘포퓰리즘’ 발언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나온 내용.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며 이를 정치적 집단주의이자 미래의 마약이라 규정.

이 대표의 ‘7개 사건’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사건, 경기지사 시절 쌍방울 대북송금과 위증교사, 대선 시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를 말함.

■ 세줄요약

‘임기 단축 위협’ 받은 尹 : 지난 총선은 국민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한 선거였음. 총선 참패로 ‘심리적 탄핵’을 당하고 야권의 ‘임기 단축’ 위협을 받는 윤 대통령에게 권력의 안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

‘유죄 공포’에 놓인 李 : 이재명 대표는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7개 사건 10개 혐의와 관련한 ‘유죄 판결 공포’가 커. 조기 대선으로 사법 리스크에서 해방되는 게 절박. 192석의 범야권 역시 개헌론과 탄핵론 지피는 중.

윤·이 회동 : 尹과 李에게 필요한 건 ‘생존과 안전’임. 윤·이 회동은 임기 단축 위협에 직면한 윤 대통령과 사법 심판대에 놓인 이 대표의 절박성이 만들어낸 생존 게임임. 신뢰 구축 안 되면 협치 아닌 또 다른 전쟁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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