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준성(가운데) 충북대 의대 학생회장과 노정훈(왼쪽) 의대협 공동비대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충북대 총장 상대 대입전형 시행계획 등 금지 가처분소송 접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이 대학 총장을 상대로 내년 입학전형 계획에 증원분을 반영하지 말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의대 학장과 의대생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집행정지 신청이 잇따라 기각당하자 소송 대상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충북대 의대생 168명은 22일 정부와 충북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대학 입학 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충북대 총장이 의대 입학정원을 49명에서 200명으로 증원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맞춰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충북대 총장이 시행계획을 변경할 경우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이를 승인하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동의 없이 증원 결정을 해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대학 입학 전에 형성된 입학정원과 교육의 질에 대한 기대이익을 침해했으므로 사법상 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성 충북대 의대 학생회장은 신청서 제출 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충북대 의대에는 당장 신입생 200명이 들어갈 공간 자체가 없고 지금도 카데바(해부용 시신) 1구에 8명씩 붙어서 실습하고 있다"며 "증원 강행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와 의학교육의 퇴보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같은 취지의 의대생 가처분 신청은 이날 증원 규모가 가장 큰 충북대를 시작으로 강원대·제주대에서도 제기됐다. 이번주 안으로 성균관대·동국대·단국대·인하대·울산대 등 다른 서울 외 지역 의대로 확장될 예정이다.

앞서 의대생들은 정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냈지만, 법원은 증원의 직접 상대방은 각 대학 총장이라 신청인 적격이 없다며 잇따라 각하했다.

이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