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미국’에 강달러 가속
중동전쟁발 고유가 압박도
한은, 금리 인하 늦어질 듯

‘뜨거운 미국 경제’로 인해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해외 배당금 지급 시기가 겹치면서 조만간 다시 1400원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유가와 달러의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고물가가 장기화하면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시기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17일 외환 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 경제 활황이 국내 시장에는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대표적이다. 외환 당국의 시장안정 조치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활황으로 강(强)달러 현상이 원화 약세로 이어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1일 이후 올해 상승분(94.5원)의 절반가량인 45.1원이 올랐을 정도로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4월 배당기를 맞아 해외송금 수요가 늘어 달러 수요가 커지는 것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속되는 미국의 고금리 현상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소비자물가가 목표 수준(2.0%)으로 내려오지 않은 데다, 한·미 금리 갭이 역전된 상황이어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한·미 금리는 2.0%포인트(미국 상단 금리 5.5%, 한국 3.5%) 역전 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투자자금이 금리 차익을 볼 수 있는 미국 시장으로 이동하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한국시장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유 수입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유가·환율 동시 상승은 치명타로 작용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지역 긴장,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 지연, 위안화 약세 등 강달러를 이끄는 대외 요인이 단기간 내에 완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이런 요인이 변하지 않을 경우 상반기에 1450원, 연말에 15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기축통화 군에 포함된 유로화의 경우 한국보다 금리 인하에 여유가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6일(현지시간)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이 예상대로 진행되고 큰 충격이 없다면 제한적 통화정책을 완화할 시기로 향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식시장 역시 최근 들어 미국보다는 중국 증시에 동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증시만큼의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감안했을 때 현재의 고환율 상황 등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미국 경제가 진정되지 않고 현재처럼 ‘용광로’ 상태가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