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결승선 통과 직전 아프리카 선수 3명보다 앞서가는 중국의 허제 선수. X 캡처

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외국 선수들이 중국 선수에게 우승을 양보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스위크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베이징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중국 허제 선수가 1시간3분44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허제 선수의 우승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 반체제 인사 리잉이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 ‘리 선생님은 네 선생님이 아니다’에 올린 영상이 대표적이다. 해당 영상을 보면 앞서 달리던 케냐 선수 로버트 키터와 윌리 응낭가트, 에티오피아 데제네 비킬라는 결승선을 앞두고 허제 선수를 돌아보고 속도를 늦췄다. 이 가운데 한 선수는 먼저 가라는 듯 허제 선수에게 손짓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선수 3명은 나란히 허제 선수보다 딱 1초 뒤져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에 한 중국 누리꾼은 "허제 선수가 우승을 위해 질주했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경쟁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은 "승부 조작을 신고하려면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국 공산당 최고 사정기구)로 가야 할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중국 공산당의 ‘입’으로 불렸던 관변 논객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조차 웨이보(微博·중국판 X)를 통해 "사람들이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번 일의 파장은 이미 하프 마라톤 자체를 넘어 확장됐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어난 이후 응낭가트 선수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친구라서 허제가 우승하게 했다"면서도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고 금전적 보상도 없었다"고 말해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회를 주최한 베이징 체육국은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올해 여름 파리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허제 선수는 지난달 우시에서 열린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6분57초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중국 신기록을 세웠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허제 선수가 하프 마라톤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