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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살리고 떠난 사람들

“장기 기증은 멋대로 살던 남편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사랑”

전수한 기자
전수한 기자
  • 입력 2024-04-11 11:19
  • 수정 2024-04-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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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11년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고 김화섭(왼쪽) 씨와 아내 신광희 씨가 1995년 신혼여행으로 갔던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 5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난
김화섭씨의 아내 신광희씨

남편 급히 운전하다 교통사고
뇌에 파고든 뼈 탓에 뇌사 판정
가족,한달 고민 끝에 기증 결정
생전 “장기 기증 의미 있는 일”
꿈에 남편 나온 날엔 장사 잘돼


“장기 기증은 언제나 제멋대로였던 제 남편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사랑입니다.”

13년 전 남편을 떠나보낸 신광희(59) 씨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의류 회사에서 근무하던 신 씨는 같은 회사 다른 부서의 김화섭(사망 당시 46세) 씨를 만나 결혼했다.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이었던 남편은 애정 표현을 하는 일이 잘 없었다. 젊었을 때는 이른바 ‘조직 생활’을 했을 정도로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 나쁘게 말하면 자기중심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신 씨는 “워낙 ‘마이 웨이’ 성향이 강해서 결혼 초반에 속을 많이 썩였는데, 제가 ‘사람’ 만들어 놓았죠”라며 웃으며 말했다.

남편은 성격만큼이나 무뚝뚝하게 세상을 떴다. 2011년 가을, 급히 운전하다 교통사고가 난 김 씨는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지면서 두개골이 부서졌다. 뇌 안으로 파고든 뼈 탓에 뇌사 판정을 피할 수 없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외관상으로는 상처가 많이 아물면서 가족들은 깨어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에둘러 말하는 의료진의 표현을 통해 신 씨는 남편의 인생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한 달 남짓을 고민한 끝에 신 씨네 가족은 남편이자 아빠 김 씨의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김 씨가 살아 있을 때 딸과 함께 일가족이 장기 기증처럼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던 영향이 컸다. “아직은 살아있다”며 시댁의 반대가 심했지만, 딸 아이의 강력한 의사로 설득에 성공했다. 건강했던 김 씨는 신장·각막·간 등 총 5개 장기를 기증할 수 있었다. 장기기증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남김없이 기증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신 씨는 “젊어서는 주변에 폐도 많이 끼쳤던 남편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것도 ‘치열하게 살아보겠다’는 이 세상을 향한 애정이었던 것 같아요”라며 “가는 순간까지 세상에 마지막 사랑을 남겨둔 남편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했다.

신 씨는 아직도 남편과의 신혼여행을 회상하곤 한다. 제주도에서의 2박 3일, 남들이 부러워할 호화로운 여행은 아니었지만 결혼 생활 중 남편이 가장 부드러웠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꿈에 나타나는 남편은 신혼 때 모습 그대로다. 수선가게를 운영하며 홀로 딸을 키우는 신 씨는 남편이 꿈에 다녀간 날엔 장사가 잘 돼 두 배로 기쁘다고 했다. “여보. 그곳에선 화내지 말고, 항상 웃으면서 살아.”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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