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6월 15일 한산초 놀이기획단 소속 학생들이 팝업 놀이터 직전 마지막 준비 활동으로 직접 만든 친환경 놀이인 ‘재활용 페트병 물총 놀이’를 시연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통영시종합사회복지관 ‘찾아가는 놀이터’

도서지역 아이들 문화체험 위해
통영 한산초교 목요일마다 찾아

학생들 ‘놀이 기획단’ 직접 참여
페트병물총 등 친환경게임 선봬
이주배경 친구 위해 영어설명도

“상자에서 종이를 뽑은 다음, 종이에 적혀 있는 물총으로 과녁을 맞히면 됩니다. 친구에게 쏘는 건 안 돼요!”

지난해 6월 24일 경남 통영 RCE세자트라숲에서 열린 팝업 놀이터 ‘찾아가는 놀이터’. 한산초 놀이기획단은 이 자리에서 직접 만든 친환경 놀이인 ‘재활용 페트병 물총 놀이’를 선보였다. 9명이 3인 1조로 나눠 한 시간씩 부스 운영을 맡았다. 미니 약병, 페트병, 막걸리병이 각각 적힌 종이 가운데 한 장을 뽑도록 해 어떤 물총으로 쏠지 안내하고, 과녁의 점수를 확인하거나 점수에 따라 과자를 나눠 주는 등 역할을 분담했다. 부스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데 대해 놀이기획단은 행사장 한가운데서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들이 유독 신난 이유는 육지에서 놀 기회가 흔치 않은 데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직접 참여하며 두 달간 상상한 모습이 현실로 됐기 때문이다. 한산초는 전교생이 9명에 불과한 도서 지역 ‘작은 학교’다. 지리적으로 문화적 경험이나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이 학교 학생들이 복지 서비스로부터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통영시종합사회복지관은 ‘뭐했섬? 놀았섬! 신났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3일 초록우산에 따르면 복지관 직원들이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편도 50분 거리 한산초를 찾은 횟수는 지난해 10회에 달한다.

지난해 4월 놀이기획단으로 임명된 한산초 학생들은 가장 좋아하는 놀이, 나만 알고 있었던 놀이, 가족이 함께했던 놀이, 친구한테 알려주고 싶은 놀이를 소개하고 시뮬레이션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찾아가는 놀이터’ 당일 참가자들이 제석초 부스에서 재활용품을 활용한 ‘업사이볼링’을 즐기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친환경 놀이터를 지향하는 만큼 물총 놀이로 의견이 좁혀지자 규칙을 만들고 현장 답사에 나섰다. 놀이를 소개할 장소를 기획단이 직접 둘러보고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섬(한산도)과 육지 중 만장일치로 육지가 선정됐고, 공원 세 곳을 3인 1조로 둘러보며 장단점을 꼼꼼히 메모했다. 규모, 안전성, 놀이의 적절성 등을 고려한 결과, 넓지는 않지만 물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잔디광장이 있어 뛰놀기 좋은 세자트라숲이 최종 선정됐다.

지난 2020년 놀이기획단으로 활동했던 제석초 학생들도 행사에 참여해 ‘업사이볼링’ 놀이를 선보였다. 공을 굴려 폐페트병(볼링핀)을 쓰러트리는 놀이로 짐볼, 테니스공, 골프공 등 다양한 종류의 공을 준비해 재미를 더했다. 이들은 회기가 종료되고 나서도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을 지속했다고 한다.

한산초 이재현 군은 “평소와 달리 많은 사람을 만나고, 특히 육지에 있는 제석초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연속성 있게 진행될 수 있었던 데에는 학교와 지원단의 역할도 컸다. 기획단 활동이 정규수업(2∼3교시) 시간에 진행될 수 있도록 학교 측이 적극 협조해준 덕분에 도서관, 체육관 등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 기관 관계자로 구성된 육지 놀이지원단 외에도 한산초 교사들이 섬 놀이지원단으로 동참했다. 지원단의 세심한 배려도 인상적이었는데, 학생 9명 중 4명이 이주배경 학생으로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을 배려해 전 회기 수업 내용을 영어로도 준비했다. 조상현 통영시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첫 회기 유독 한 학생이 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즐거워야 할 시간이 이 학생에게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괴로운 시간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프로그램 내용을 사전에 영작했다”고 했다.

활동 말미에는 한산초 6학년 김태원(13) 군이 사회복지사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건네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 군은 “처음에는 공부나 만들기를 할 줄 알았는데 매주 목요일마다 좋아하는 놀이가 뭔지 물어 봐주고, 다양한 놀이를 체험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