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화성-16나’형 극초음속 중장거리미사일이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콜드 런치(Cold Launch)’ 방식으로 발사해 사거리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콜드런치 방식은 수중 발사하는 북극성-2형 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때 적용한 것으로, 최초 발사 이후 일정고도까지는 탄환처럼 가스 등으로 미사일 본체를 밀어냈다가, 이후 공중에서 점화해 미사일이 발사되는 방식을 뜻한다. 2·3단 미사일의 순간적 폭발력에 의해 TEL이 받는 발사 충격을 흡수해 사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북한이 지난 2일 평양 인근에서 발사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 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 미사일 ‘화성포-16나’ 형의 발사 장면. 이동식발사대(TEL)의 발사충격을 줄이기 위해 콜드 런치 방식으로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북한 발표와 사진상으로 보면 신형 글라이더형(wedge)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6나’형은 극초음속 비행과 활동도약(풀업·pull-up)까지 성공한 것 같다”며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해 기습발사가 가능하고 원뿔형(conical) 극초음속 미사일에 비해 활공비행 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2021년 이후 글라이더형과 원뿔형 2가지 종류의 탄두를 탑재한 극초음속 미사일(HGV)를 개발해오고 있다. 글라이더형은 원뿔형에 비해 비행제어가 어려워 2021년 9월28일 자강도에서 발사한 ‘화성-8형’ 1차 발사는 실패했으나 이번 2차 발사에서 콜드 런치 발사방식을 통해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 사무국장은 “화성-8형은 화성-12형 TEL과 같은 종류였던 데 비해 화성-16나형 발사대는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TEL의 길이를 줄여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콜드 런치 발사를 위한 원통형 발사관, 조종석 등이 ‘괴물 ICBM’ 화성-18형 발사대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화성-8형 엔진은 1단 액체엔진(화성-12형 1단 사용)인데 비해 화성-16나형 극초음속 미사일은 1·2단 고체엔진으로 발사체 길이도 훨씬 늘어났다. 북한이 화성-16나형을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이라 붙인 이유다.

이미지 크게보기 글라이더형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과 화성-16나형 2차 발사 성능 비교 표. 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3일 화성-16나형 발사를 현지지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모든 미사일을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했다며 미사일 체계 완성을 선언했다고 밝힌 것은 가장 고난도의 전략미사일인 화성-16나형 극초음속 중장거리미사일의 고체연료화, 활공비행 등에 성공했음을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은 “시험발사는 안전을 고려해 사거리를 １000㎞ 한도 내로 국한시키고 ２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지연과 능동 구간에서의 급격한 궤도 변경 비행 방식으로 속도와 고도를 강제 제한하면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의 활공 도약형 비행궤도 특성과 측면기동 능력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이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는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1차 정점고도 101.1㎞, 2차 정점고도 72.3㎞를 찍으며 비행해 사거리 １000㎞ 계선의 조선동해상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반 탄도미사일처럼 상승했다가 하강한 뒤 다시 약간 상승하는 궤적으로 미사일이 날았다는 의미로 활동도약, 활공비행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그동안 고체연료화 미흡으로 전략성이 떨어졌던 IRBM 고도화에 주력했다. 북한 미사일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리로 여겨지는 IRBM은 사거리 3000∼5500㎞로, 평양에서 약 1000㎞ 떨어진 일본 오키나와 약 3500㎞ 떨어진 괌 등을 타격권에 둔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용 대출력 고체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진행했다. 11일에 1단, 14일에 2단 엔진을 따로 시험했다. 이어 올해 1월 14일에는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19일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에 사용할 다단계 고체연료엔진의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했다. 이 엔진에 극초음속 무기를 탑재해서 이번에 시험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시속 6120km 이상)로 비행하며, 추진체에서 분리된 탄두가 불규칙한 궤도로 낙하해 추적 및 요격이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는 각이한 사거리의 모든 전술, 작전, 전략급 미사일들의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를 완전무결하게 실현함으로써 전지구권 내의 임의의 적 대상물에 대해서도 ‘신속히, 정확히, 강력히’라는 당중앙의 미사일무력 건설의 3대 원칙을 빛나게 관철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이 그간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고체연료 기반 미사일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온 가운데, 이번에는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까지 고체연료로의 전환을 성공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 미사일 ‘화성포-16나’ 형의 첫 시험발사를 지난 2일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

기존 북한이 보유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은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KN-24’(북한판 에이태큼스), ‘KN-25’(600㎜ 초대형 방사포) 등 단거리(SRBM·사거리 300∼1천㎞) 신형전술유도무기 3종세트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1000∼3000㎞)인 ‘북극성-2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5500㎞ 이상)인 ‘화성-18형’ 등이 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신형전술유도무기 3종세트와 CRBM(전술단거리탄도탄) 및 화성-18형, 활동비행 단계 속도 마하5이상의 극초음속미사일 등 전략미사일을 고체연료화했고, 전술핵을 탑재해 결정적 대미지를 입히고 전쟁 승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핵전략미사일 개발이 완성 단계”라며 “한반도 전역과 주일미군기지, 괌, 하와이에 이어 미본토까지 핵미사일 타격권에 들어올 정도로 핵미사일 무기체계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성취했음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화성-16나형은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또는 PAC-3 방어망을 피해 장거리 고속 기동한 후 최동목표를 극초음속 속도로 기동타격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간 고속기동은 대응시간 단축외에 별 의미가 없으며,최종 탄두기동은 낮은 고도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고속 기동하면서 재진입할 수 있느냐 기술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북한이 활용하는 소재가 이 속도를 견딜 수 있느냐에 있는데 이 속도를 견디지 못하면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올해 안에 핵미사일 개발의 최종 단계인 ‘MIRV(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 미사일) ’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 다탄두 미사일에 필요한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시험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