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네타냐후에 ‘경고’ 3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크네세트(의회) 앞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 등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네타냐후 총리 얼굴에 빨간 손바닥을 찍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약 10만 명으로 추산된 이날 시위대의 규모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최대로 기록됐다. EPA 연합뉴스

■ ‘전쟁 6개월’ 10만 운집

“정부 완전히 실패” 우파연정 규탄
예루살렘 의회서 조기총선 촉구
네타냐후 “협상 마비될 것” 일축
이·하마스 휴전협상 다시 재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 6개월을 앞두고 확전과 휴전의 중대 갈림길에 놓였다.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31일 이스라엘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개전 이후 최대 규모로, 전쟁을 강행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와 우파 연정에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에 있는 크네세트(의회) 건물 인근에는 10만 명에 이르는 시민이 모여 네타냐후 정부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의 퇴진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하마스를 뿌리 뽑지도 못하고 100여 명의 인질도 데려오지 못하는 상태로 6개월 가까이 전쟁을 이어가는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시위대는 주요 도로를 봉쇄한 채 깃발을 손에 들고 “즉각 조기 총선을 치르라”고 소리쳤다. 시위에 참여한 누릿 로빈슨은 “이 정부는 완전히 실패했다. 그들은 우리를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분노했다. 또 친척이 인질로 잡혀갔다는 아이나브 모세는 “6개월이 지나고서도 네타냐후가 장애물이라는 것을 정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네타냐후가 인질 구출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것처럼 정부 역시 인질 구출 임무에 실패했다”고 개탄했다. 일부 지역에선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도 발생했다. 이날 경찰은 “시위대가 공공질서를 방해했다”면서 물대포를 쏘고 시위 참가자 16명을 체포했다. 시위대는 인근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며 앞으로 나흘간 연속 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라 반정부 시위 확산의 기로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총선을 치르면 정부와 인질 협상이 6∼8개월간 마비될 것”이라고 조기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또 “이스라엘군의 라파 지상전 및 민간인 대피, 인도적 구호 준비가 됐다”며 라파 공격 의사를 재차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전신마취 상태로 탈장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며 곧바로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총리실은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은 레바논 등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 재개에 나섰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단 파견을 승인했으며 이날 협상단이 이집트 카이로로 떠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가자지구에 핵폭탄을 써야 한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CNN 등에 따르면 팀 월버그 하원의원은 지난 3월 25일 지역구 행사에서 미국의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질문에 “인도적 지원에 한 푼도 써서는 안 된다”면서 “그것은 (2차 세계대전 때 핵폭탄이 투하된)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처럼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