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중국산 로봇청소기 급속 침투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전자상가 전자랜드 본관 1층의 한 종합 가전 판매점 입구에 진열된 중국 로봇 청소기 브랜드 로보락과 에코백스의 제품 옆에서 방문객들이 상담하고 있다. 이예린 기자

■ 한국경제 흔드는 ‘차이나 대공습’ - <4> 고가가전 시장도 장악

용산전자상가 가보니…
국산과 달리 물걸레질도 가능
“2대만 전시해도 매출80%육박”

대형 TV 시장도 공략 중
中 TCL, 설치·AS 등 일괄제공
‘패널 3년 무상보증’ 등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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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한 로봇 청소기 중 중국 브랜드 제품은 10대 중 2대에 불과하지만, 매출 비중은 80%에 육박합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전자상가 전자랜드 본관 1층에서 만난 종합 가전 판매점 차장 A 씨는 “중국 로봇 청소기의 매출 점유율이 지난해 12월 50%를 넘어서더니 급증세”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잔고장이 없고 제품이 괜찮아서 사간 손님들로부터 불만 전화가 없다”며 “우리가 영업을 안 해도 손님들이 먼저 알고 찾으러 온다”고 밝혔다. 이날 상가에선 매장 입구에 진열된 100만 원 중반의 고가 중국 로봇 청소기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세계 가전 시장의 맹주인 삼성·LG전자가 버티고 있는 한국 고가 가전 시장에서조차 중국이 파죽지세로 장악력을 넓히고 있다.

1일 문화일보가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서비스 ‘K-stat’의 국가 수출입 자료 및 관세청으로부터 확보한 ‘중국발 품목별 최근 10년간 수입실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로봇 청소기 중국 무역수지는 지난 2016년 적자로 전환해 매년 규모를 키워 지난해 1억9518만여 달러(약 2625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은 세계 1위인 미국 시장조차 집어삼킨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로봇 청소기 중 최선호 모델인 ‘로보락 S8 프로 울트라’는 먼지 흡입과 물걸레질이 모두 가능하지만, 국산 최상위 모델인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 봇 AI’와 LG전자 ‘코드제로 R9’은 흡입 청소만 가능하다. 사용 시간도 로보락이 3시간인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은 1시간 30분이다.

로보락의 국내 매출은 2020년 291억 원에서 지난해 2000억 원으로 3년 만에 7배 가까이로 뛰었다. 로보락 S8 프로 울트라는 169만 원이라는 고가에도 지난해 국내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지난달 11일 11번가에서 ‘십일절’ 행사 알람이 뜨자마자 이 제품을 산 직장인 김모(40) 씨는 “중국산인데 가격도 비싸 한동안 구매를 망설였지만, ‘기능이 국내산과 비교 불가로 월등하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주변 추천으로 몇 달 새 구매 쪽으로 맘이 기울었다”고 말했다. 고급품 판매의 중심인 백화점도 최근 잇따라 중국 로봇 청소기 브랜드를 입점시켜 수요에 대응하는 중이다.

삼성·LG가 이끌고 있는 TV 시장도 마찬가지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가 삼성·LG의 안방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세계 TV 시장 점유율 2위인 TCL의 대형 TV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 미니 LED TV는 동급의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보다 성능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지만, 수십 %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한다.

TCL은 지난해 11월 한국 법인을 세운 뒤 기술력과 강화된 AS망을 앞세워 도전장을 던진 상황이다. 네이버나 쿠팡 같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TCL이 직접 배송, 설치부터 사후 관리까지 일괄 제공한다. 최근에는 아예 ‘패널 3년 무상 보증’을 내걸고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동임경 TCL일렉트로닉스코리아 운영본부장은 “한국 소비자들이 AS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갖고 있어 사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예린·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