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스케 마사오(오른쪽)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

■ 자랑합니다 - 고스케 마사오 마루야마 동물원 자문역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은 쇼와(昭和) 42년 1967년 7월 1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아사히가와(旭川)시 동부의 구릉지에 개원했다. 도내 삿포로(札幌)시 마루야마(円山) 동물원, 오비히로(帶廣)시 동물원에 이어 3번째였다.

하지만 홋카이도는 1년 중 반년은 눈으로 뒤덮이는 추운 지역이기 때문에, 그동안 겨울에는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러니 겨울에는 입장 수입은 전혀 없고 관리비만 들어가는 동물원이 됐다. 돈 먹는 하마라는 시의회 의원들의 발언으로 시작해 무용론의 거센 눈보라가 휘몰아칠 때 홀연히 의회를 설득하면서 동물원의 부흥을 확신하고 그 기적 같은 동물원의 회생 작전을 진두지휘한 고스케 마사오(小菅正夫) 원장이 있다.

일본 최북단에 있는 폐원 위기의 동물원을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우리나라의 한 동물원을 방문했을 때 ‘동물원은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라 생명을 중시하고 그 생명을 사람이 아닌 동물이 지속적으로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나아가 ‘동물들에게 자연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할 뿐 아니라 새끼들이 태어날 것까지 계산해서 울타리를 넓게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3년 약관 24세에 수의사로 동물원에 들어와 1995년 원장을 맡은 뒤 창의와 혁신의 경영자로 변신해 일본은 물론, 한국 경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경영자다. 고스케 원장의 혁신은 상상을 초월한다. 걷기만 하던 펭귄을 날도록 했는데, 수조에 물을 채우고 유리 터널을 만들어 물속에서 헤엄치는 펭귄이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여줬다.

긴 겨울에 눈으로 뒤덮인 도로 위로 펭귄들이 뒤뚱뒤뚱 산책하는 모습도 관객이 가장 가깝게 체험하며 볼 수 있도록 했고, 오랑우탄이 자유롭게 줄을 타며 길을 지나가는 관객들 머리 위로 춤을 추듯 이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새끼 오랑우탄이 떨어질까 봐 아이들이 울기까지 했지만, 원래 밀림에서 나무를 오가면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오랑우탄의 습성을 간파해 동물들에게 자유를 만끽하도록 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모으게 했다.

그곳에 가면 토끼를 안고 노는 어린 꼬마들의 체험 학습은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더군다나 모든 동물의 새끼가 출산할 때 즈음이면 출산 예정일과 일반에게 공개하는 날을 미리 알려줘 그때가 되면 다시 동물원을 방문하고 싶어 손꼽을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동물을 사랑하는 어린 꼬마들을 주 고객으로 삼고 부모들을 졸라 동물원을 여러 번 재방문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어린 꼬마들은 물론이고 중학생까지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덩달아 따라온 어른들의 입장 수입이 상상을 초월했다. 그의 예상이 적중해 일본 제일의 도쿄(東京) 우에노(上野) 동물원보다 더 많은 관객이 몰리게 됐고, 폐원을 주장했던 시의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그는 은퇴하던 날 ‘생명이 바통터치하면서 이어지는 곳이 동물원’이라며 동물원의 혁신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를 전달했다. 지금은 삿포로시의 마루야마 동물원에서 자문을 맡으며 강연 등 대외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나는 그와 오랜 세월 연하장과 메일로 정담을 나눠왔다. 코로나19 이전에 친구들과 홋카이도를 방문했을 때 직접 만나 정겹게 회포를 풀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여름 홋카이도 마라톤에 참가했을 때 고스케 원장을 다시 만났다. 본인이 졸업한 홋카이도대 정문 앞에서 직접 만든 현수막까지 펼친 가운데 정겨운 부부의 응원도 받으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든 동물을 더없이 사랑하고 한국과 김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고스케 원장님과 그 사모님을 자랑하고 싶다.

정희순(이랜드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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