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공무원 보호대책 마련

속초 ‘녹음기능’ 신분증 케이스
장흥군선 심리상담센터 운영
전북·충북 등선 ‘대응훈련’ 실시

김포, 금주 순직인정신청서 제출

수원=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도로 공사와 관련한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던 경기 김포시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일선 공무원 지키기에 나섰다. 민원접수 창구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채증 장비를 지급하는가 하면 심리상담센터를 열어 업무수행 과정에서 겪는 정서적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26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는 최근 민원 응대부서, 복지부서, 동 행정복지센터 등 32개 부서에 녹화·녹음 기능을 갖춘 휴대용 채증 장비인 ‘웨어러블캠’ 총 57대를 지원했다. 웨어러블캠은 목에 걸어 착용할 수 있는 초경량 휴대용 영상 촬영 기기로 민원 처리 담당자들이 업무 중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다. 강원 속초시는 녹음기능이 탑재된 공무원증 케이스를 시청 민원실과 동 주민센터 8곳에 배부했다. 공무원증을 넣은 케이스 뒷면의 버튼을 누르면 최장 6시간까지 녹음이 가능하다. 녹음기능은 폭언이나 협박 등 위법 상황 발생 시에만 사용되고 파일은 민형사상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증거물로도 활용된다.

전남 장흥군은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민원 응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폭언, 협박, 폭행 등에 노출돼 있는 공무원의 심적 고충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민원응대 공무원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겪는 심리·정서적 스트레스 해소와 우울증 예방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전북 전주시는 지난 8일 경찰과 함께 악성 민원 모의 훈련을 실시했고 인천 부평구·울산 동구·경남 거창군·충북 진천군 등에서도 악성 민원 대응과 관련한 훈련이 이어지고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공무원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자체적인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동환 고양시장·신계용 과천시장·하은호 군포시장 등 경기 지역 지자체장들도 악성민원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를 앞다퉈 표명했다.

한편 김포시는 이번 주 중에 공무원연금공단에 숨진 공무원 A(37) 씨에 대한 순직 인정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시는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를 담당한 A 씨가 악성 민원과 신상 공개에 시달리던 중 숨졌기 때문에 사망과 업무 간 인과관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교권 침해에 시달리다가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인정 사례 등을 토대로 A 씨도 순직 인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숨진 A 씨의 신원을 온라인상에 공개한 이 등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모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의뢰했다. 공무원을 상대로 한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는 증가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무원 상대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대폭 늘어났고, 2022년에도 4만1559건이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