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인·외교관 등 공격적 영입

전통적 송무 업무론 성장에 한계
다양한 전문인력 통해 자문 나서

법무법인 태평양은 성김 전 대사
광장은 관료출신 임채민·진웅섭
율촌, 삼성전자 출신 이인용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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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 로펌들이 다양한 직역의 전문가 영입에 나서며 지난 10년간 대형 로펌 소속 비법조인 숫자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대형 로펌들이 전통적 송무·자문 업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원스톱’ 자문을 제공하는 종합 컨설팅 회사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 로펌에서는 비변호사 비율이 크게 늘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10년 전에 비해 비법조인이 3배 가까이 증가해 변호사와 비변호사의 비율이 7대 3 정도로 변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태평양 소속의 변호사는 522명으로 약 220명의 비법조인이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변호사와 비변호사 비율이 9대 1 정도였다. 태평양은 거물급 외교관 출신 영입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말 성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영입해 글로벌미래전략센터장으로 임명했다. 태평양은 앞서 임성남 전 외교부 차관 등을 영입한 바 있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규제 대응 업무에 국내 로펌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법무법인 광장도 5년 전에 비해 비법조인 인력을 50% 가까이 늘렸다. 광장 측에 따르면 변호사와 비변호사 비율은 2019년 2월 말 기준 5.2대 1에서 지난 2월 말 4.2대 1까지 줄었다. 광장 역시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전 국무조정실장),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등 고위 관료 출신들을 영입했다. 광장 측은 최근 “글로벌 경제 분야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경력을 가진 고문단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화우 역시 10년 전에 비해 비법조인 인력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화우 측에 따르면 2014년엔 10.2대 1이었던 변호사 대 비변호사 비율이 2023년 4.5대 1로 좁혀졌다. 화우는 지난 1월 김종일 전 쿠팡 정책담당전무를 게임센터장으로 임명했고, 지난해 최종문 전 외교부 2차관, 2022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김성식 전 국회의원 등을 영입하며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화우 측 관계자는 “산업군이 빠르게 다각도로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른 고객의 요청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며 “종합 컨설팅 로펌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이번 달 1일 가치성장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으로 이인용 전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을 임명했다. 과거에는 변호사들이 기업에 대거 진출했지만, 이제 기업인들이 로펌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율촌 측은 이 위원장 임명에 대해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의 하나로 가치성장위원회를 창립했다”고 밝혔다. 기업에서 활발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을 로펌에 접목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언론인, 국회 보좌진 출신들도 대형 로펌 곳곳에 포진해 국정감사,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등 국회 관련 업무를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다양한 산업이 발전하면서 법률 지식만으로는 종합적인 자문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각계 전문가들을 영입해 변호사들과 좋은 시너지를 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로펌 관계자는 “고객들의 요구 사항이 점점 입체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