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공용 천안함재단 이사장

오늘은 북한군의 무력 도발로 전사한 55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제정한 ‘서해수호의 날’이다. 북한이 자행한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을 기억해 대적관을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다. 오는 26일은 ‘천안함(PCC-772)’ 피격 14주기다. ‘천안함’은 지난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쯤 서해 백령도 남서쪽 해역에서 경비작전을 수행하던 중 북한 잠수정의 기습적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당시 104명의 승조원 중 58명만이 구조됐고, 46명은 전사했다. 구조 작전에 투입됐던 한주호 준위도 목숨을 잃었다.

지금 제22대 총선 후보자 공천 과정을 보면서 천안함재단 관계자로서 씁쓸한 마음 지울 길 없다. 5·18과 관련한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가 있는가 하면, 과거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유언비어와 음모론을 제기하고 전사자들과 생존 장병들에게 막말했지만 버젓이 공천받은 후보도 있다. 표심만 의식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필자는 ‘천안함 피격 사건’ 직후 현장에 급파돼 초기 탐색구조작전을 지휘했다. 당시 정부는 ‘천안함 피격’ 이후인 2010년 3월 31일 국내 민·군 전문가 49명과 해외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민·군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조사했다. ‘천안함 피격 사건 합동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천안함은 어뢰의 수중 폭발로 인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했다.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수심 6∼9m 위치에서 폭발했으며 △북한에서 사용 중인 고성능 폭약(CHT-02D)으로 확인됐고 △사건 현장에서 북한 어뢰 추진체를 인양해 북한 소행임이 명백히 증명됐다.

그러나 당시 일부 정치권에서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좌초설’ ‘잠수함 충돌설’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천안함 피격 사건 후 선체를 인양하고 어뢰 추진체를 찾아 북한의 소행임이 명확히 밝혀졌는데도 의혹이 난무했다. 야권은 민·군 및 다국적 조사 결과에 따른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천안함을 정치에 활용한다’며 북한의 주장을 추종했다. 또, 정부 발표를 비토(veto)해 국회에서 통과된 대북 규탄결의안을 반쪽으로 만들었다. 그뿐 아니라, 전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가족 및 생존 장병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주었다.

그동안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 및 생존 장병들은 북한의 주장을 추종하는 정치권 일각의 유언비어와 막말에 마음의 상처를 수없이 받아 왔다. 지난해 천안함재단에서는 이들의 막말에 대응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고 세미나를 열어 성토하기도 했다.

총선이 19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막말한 정치인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활개 치며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받고 출마한다. 막말한 정치인들의 공천을 보며 우리 바다를 지키다 하늘의 별이 된 천안함 전사자들에게 미안함이 가득하다. 14년이 지난 지금에도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뉴스와 막말들이 소셜 네트워크상에 나돈다. 오늘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전사자들의 추모와 함께 ‘천안함 괴담 왜곡 선동, 아니면 말고’ 식의 막말은 그 유가족과 생존 장병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망언임을 깨닫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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