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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전략적 충돌’에 尹 ‘전략적 수용’ … 2차 尹·韓 갈등 일단 수습

  • 입력 2024-03-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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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Deep Read - 윤-한 2차 충돌의 속살

명분과 타이밍에 밀린 尹, ‘이종섭 귀국 - 황상무 사퇴’ 결정… 여론 업은 한동훈의 압박 주효
여권 위기의 본질 ‘정권 심판론’은 미완의 과제… 尹, 차기 대선 경쟁 구도 만들어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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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수사 도피 의혹을 받은 이종섭 호주 대사를 자진 귀국시키기로 하고 ‘언론인 회칼 테러’ 막말 논란을 빚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사의를 수용한 것은 여권의 입장에선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여기엔 여론을 등에 업고 선거판의 최전선을 누비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압박이 유효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전략적으로 충돌을 일으켰고, 윤 대통령은 고심 끝에 전략적으로 수용했다.

◇윤·한 2차 충돌

꿈쩍도 안 할 것 같은 윤 대통령의 생각이 변화한 데에는 근본적으로 시중 여론의 압력, 그리고 22대 총선 출마자들의 절박한 요구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의 최전선에서 이 같은 압박과 요구를 받은 한동훈 위원장이 움직였고, 한 위원장의 의도적 충돌에 윤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대응하면서 국정 운영에 변화가 일어났다.

앞서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이종섭 조기 귀국·황상무 사의 수용’ 조치가 이뤄지기 직전인 19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민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지면 윤석열 정권은 집권하고 뜻 한번 펼쳐 보지 못하고 끝나게 될 것… 이번 선거에 지는 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두 말 할 것 없이 ‘이종섭·황상무 논란’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나경원·윤상현 후보 등 수도권 출마자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윤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의 메신저로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홍보수석 출신 김은혜 후보나 ‘윤석열 호위무사’로까지 불리던 이용 후보도 한 위원장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나 ‘이겨야 한다’는 의지는 전략이 될 수 없다. 중도 확장을 위한 방법과 실행 계획이 전략이다. 윤희숙 후보가 “중도층 주민의 마음이 냉담해지는 게 느껴지고, 지지자들이 불안해하는 게 느껴진다”고 토로한 것이 바로 여권 내 전략 부재를 말해주는 것이다. 적어도 수도권 후보들은 이견 없이 똘똘 뭉쳤다. 그런 면에서 이번 윤석열·한동훈 갈등은 1차 때 두 사람 간의 ‘윤·한 충돌’과는 달리 대통령과 국민의힘 간 ‘윤·당(黨) 충돌’이었다.

◇명분과 타이밍

2차 충돌은 애당초 윤 대통령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정치 행위의 정당성을 구성하는 양대 요소는 명분과 타이밍인데, 윤 대통령은 모두 밀렸다.

무엇보다 명분이 없다. 황상무 사태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은 사회 각 분야의 절제된 목소리를 전달해야 할 시민사회수석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이종섭 대사 출국 건은 더 심각했다. 황상무 이슈는 개인의 부적절성 문제지만, 이종섭 이슈는 윤 대통령의 통치 행위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통령실은 공수처·더불어민주당·일부 언론이 합작한 ‘공작’이기 때문에 “대사 임명을 철회하는 건 야당의 공작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이 이슈를 크게 키워 덫에 빠진 건 대통령실이다.

대통령실은 공수처의 수사 지연·기밀 유출·출국 동의 이슈로 반전을 노렸지만, 여론은 ‘대통령의 불공정’ 문제로 인식했다. 정치에서는 이슈 자체보다는 이슈를 다루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이 대사가 조기 귀국한 이후에도 ‘대통령실 외압 의혹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슈가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위기 대응의 기본이지만, 대통령과 용산 전체가 관리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는 이슈를 만든 셈이다.

타이밍도 좋지 않았고 윤 대통령을 옹호할 여권 내 우군도 많지 않다. 시간을 끌수록 치러야 할 비용은 더 늘어났다. 이 대사의 자진 귀국 결정은 한 위원장이 귀국을 촉구한 지 3일 만의 일이었고, 처음 이슈가 제기되기 시작했던 지난 4일 이후 16일 만의 일이다. 지금 여당과 총선 후보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리스크’니 ‘용산 리스크’니 하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인사가 많아졌다.

◇위기의 본질

문재인 정권 때부터 검찰 수난사를 함께 겪으면서 동지적 관계를 이어왔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2차 충돌로까지 몰고 간 위기의 본질은 총선에서의 ‘수도권 공멸론’, 그리고 그 저변에 흐르는 ‘정권 심판론’이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20% 이상 높으면 ‘정권 심판’ 구도가 선거를 지배한다. 2022년 7월 이후 이런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승리를 가져온 ‘선거연합’을 스스로 해체한 후 고립을 자초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포인트 차로 참패했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고 윤·한 충돌을 통해 공천 주도권이 한 위원장으로 넘어가면서 윤 대통령을 지우는 데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한 위원장과 비대위가 힘이 달렸고, 친윤 인사들과 전당대회 연판장 의원들이 대부분 살아나면서 윤석열 색채가 더 짙어졌다. ‘검찰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건 조국혁신당의 등장이 이를 말해준다.

한때 권력 핍박에 저항했던 서사를 가진 윤·한 두 사람은 지금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의 자리에 올라 권력자가 됐다. 이재명·조국 대표는 억압받는 인물로 여겨졌고, ‘멸문지화’(조국 대표의 표현)를 당한 조국혁신당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선거 전략엔 네 가지가 있다. ①나에 대한 지지 강화 ②나에 대한 반대 약화 ③상대에 대한 반대 강화 ④상대에 대한 지지 약화. 윤 대통령의 전략적 오류는 자유의 연대 등 이념을 강조하면서 ①에만 집착함으로써 지지 기반을 좁힌 데 있다. 한 위원장은 ③만 강조한 오류를 범했다. 여권은 ②③④①의 순으로 전략적 우선순위를 잡았어야 했다.

◇선거 프레임 전환

윤 대통령이 정권 심판론을 완화시키려면 세 가지를 해야 한다. ①국정 운영 스타일과 정치적 태도를 바꾸고 ②여당 프리미엄을 살린 민생 공약으로 ‘필요해서’ 찍게 만들고 ③선거 프레임을 ‘과거 대 미래’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③을 위해서는 레임덕을 각오한 차기 대선 경쟁 구도가 필요하다. ‘검찰 독재’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동훈 원 톱’은 위험하다. 나경원·안철수·원희룡 공동선대위원장뿐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을 포함한 차기 유력 주자를 강력한 메신저로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이는 다양성을 상실한 민주당의 ‘이재명 원 톱’과 비교될 것이다. 적어도 총선 전에는 용산에서 당으로의 중심 이동이 필요하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 용어설명

‘언론인 테러’ 사건은 1988년 8월 육군정보사 소속 군인들이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 오홍근을 대검으로 테러했던 사건. 황상무가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식사 도중 이를 거론해 역풍이 일어.

‘선거연합’이란 윤석열이 2022년 3월 대선 때 안철수·이준석 등과 연합해 중도와 청년 표를 끌어모아 승리한 것을 말함. 선거연합은 그해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졌지만 그 뒤 사실상 해체.

■ 세줄요약

윤·한 2차 충돌 :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조기 귀국·황상무 사의 수용’을 결정한 것은 여론의 압력과 출마자의 절박함을 담은 한동훈의 요구를 수용한 것. 한은 전략적으로 충돌을 일으켰고, 윤은 전략적으로 이를 수용.

명분과 타이밍 : 이번 윤·한 갈등은 1차 때 두 사람 간 충돌과는 달리 대통령과 국민의힘 간 ‘윤·당(黨) 충돌’의 성격을 가짐. 정치 행위의 정당성을 구성하는 명분과 타이밍에서 모두 밀렸던 윤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음.

위기의 본질 : 여권 위기의 본질은 ‘정권 심판론’임. 이를 완화시키려면 ①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고 ②민생 공약으로 비전을 주며 ③‘과거 대 미래’ 구도로 전환해야. 윤의 레임덕을 각오한 차기 대선 경쟁 구도 만들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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