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법원 로고. 연합뉴스.

소송 기록 많아지는 가운데 신임판사 연령 높아 체력 문제도
"기초사실 및 당사자 주장, 첨부 서면으로 갈음" 제안


사법시험 폐지 및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경력 있는 법조인 가운데 법관을 선발하는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된 지 11년이 지난 가운데 판사들이 판결문을 작성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법원 내에서는 기존 판결문 형식을 바꿔 작성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정책연구원은 지난 1월 ‘법조일원화 시대에 걸맞은 제1심 판결서 작성 방식의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민사전담 법관, 검사 경력이 있는 법관, 법원에서 근무하다가 개업한 전관 출신 변호사들과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과거 사법연수원에서 체계적으로 ‘판결문 작성 방식’을 교육받았던 사법시험 시절 판사들과는 달리 현재 로스쿨 출신 판사들은 재판연구원 출신을 제외한 신임법관은 판결문을 작성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임용되기 때문에 판결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한 변호사 출신 법관은 "변호사 시절 작성한 준비서면이나 소장은 판결문과 작성하는 목적이 다르다"며 "당시 했던 업무가 판결문 작성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법조일원화에 따라 5년 이상(2025년부터 7년 이상)의 법조 경력자를 법관으로 선발하다 보니 신임 법관의 연령이 높아지는 반면, 판사가 부담해야 하는 사건의 수와 난도는 증가해 판결문 작성에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신임법관의 평균 나이는 법조일원화가 도입된 2013년 30.4세에서 지난 2023년 기준 35.4세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반면 판사가 살펴봐야 할 재판 자료 분량은 2014년 248.5쪽에서 2019년 343.6쪽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 차원에서 판결문에 기초사실 및 당사자 주장을 소송당사자가 낸 서면을 첨부하는 식으로 갈음하는 등 작성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법원장 출신 원로 법관은 "판결문의 법리 판단에 앞서 기재하는 기초사실은 판결문을 받아본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세세하게 써 판결문 작성에 불필요한 부담을 가중시킨다"면서 "당사자의 주장이 논리정연하지 못한 경우 이를 정리하는데도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은데, 기초사실과 당사자 주장을 모두 서면으로 첨부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판결문 작성에 드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