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만 6~8세 자녀를 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교육지도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 통과를 위해 김원태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을 면담한 박상철(오른쪽) 서울시공무원노조위원장. 서공노 제공

서울시 제출 ‘공무원 복무조례 개정안’ 통과…이르면 이달 말 시행
육아고충 토로에 제도 개선 나서…돌봄 공백·경력단절 문제 해결
서공노 "시행 위한 절차 진행해야…제도 활용에 불이익 없어야"


이르면 이달말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거나 이미 입학해 적응하는 시기인 만 6~8세 자녀를 둔 서울시 공무원들은 2년 범위에서 하루 최대 2시간의 교육지도시간(특별휴가)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가 노사 협력을 통해 경력단절·보육공백 없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한 것인데, 새로운 제도의 혜택을 보게 된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4일 서울시공무원노조와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22회 시의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복무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 재석 의원 59명 중 찬성 58명, 반대 0명, 기권 1명으로 원안 가결됐다. 해당 조례안엔 ‘만 6~8세 자녀를 둔 공무원이 하루 2시간씩 교육지도시간(유급 특별휴가)을 24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결된 조례안은 서울시로 이송돼 공포 즉시 시행된다.

그동안 초등학생 자녀를 둔 공무원들로부터 부족한 육아시간으로 인한 고충을 접수한 서울시공무원노조는 지난해 11월 노사실무회의 안건에 이를 올렸고, 오세훈 시장과 노사회의 주요 안건으로 협의한 끝에 서울시의 조례 제출을 이끌어냈다.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는 교육지도시간 부여 기간을 최초 12개월에서 12개월을 더한 24개월로 수정 가결했고,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서 최종 확정됐다.

이번 조치는 서울시 노사가 기존 제도를 뛰어넘어 육아시간 확대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공무원 복무에 관한 예규’는 자녀가 있는 공무원에게 자녀당 최장 2년, 하루 2시간 휴가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들이 대상이어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공무원들은 육아휴직을 해야만 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경력단절이 불가피하고, 급여도 휴직 기간 1년 이후엔 받지 못한다.

최부철 서공노 사무총장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대부분 오후 1시 정도에 하교하는데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불가피하게 돌봄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런 시기에 휴직할 수 없는 공무원들이 서공노에 많은 고충을 토로했다"고 설명했다. 최 사무총장은 "공무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시와 공무원노조가 행안부에 육아시간 부여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행정국과 논의한 끝에 ‘교육지도시간’ 제도를 신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공노는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알림글을 통해 "노사동행이라는 가치를 적극 실천한 오 시장과 집행부·행정국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개정된 공무원 복무조례가 조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공포·행안부 보고 등을 신속히 진행하고 ‘교육지도시간’ 사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시장단 이하 부서장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초등학교에 재학중인 7세 자녀를 둔 한 서울시 공무원은 "하교 할때 도우미를 고용하고 불가피하게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했는데 새 제도가 시행되면 다소 숨통이 트일것 같다"며 "오 시장이 강조하는 ‘창의행정’의 모범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박상철 서공노 위원장은 "육아로 힘든 공무원들의 고충을 헤아려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낸 정상훈 전 행정국장·김형래 전 인사과장에 박수를 보낸다"며 "국가적 문제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육아를 하는것이 부러울 정도의 획기적이고 과도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