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본 도쿄 시내의 대형 전광판에 닛케이225지수가 표시돼 있다. AP 뉴시스

‘엔저 현상’ 지속으로 환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중 자금이 주요 은행의 엔화 예금으로 몰려들고 있다. 역으로 달러예금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엔화예금 잔액은 1조2129억 엔으로 한 달 만에 555억 엔(약 5000억 원) 늘었다. 전월 1조1574억 엔에서 약 4.8% 증가한 것이다. 증가폭은 전월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엔화 예금 잔액은 올해 들어 두 달간 약 800억 엔이 증가했다.

엔화 예금으로의 자금 유입은 환율에 따라 널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줄곧 800원 대를 유지하던 엔화 환율이 지난해 말 900원 대로 상승하자 감소했다가, 올 1~2월에 800원 대로 다시 떨어지면서 엔화를 저가에 매수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이 3~4월 중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피벗(통화정책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이유로 들며 엔화 강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만약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엔화 예금 가입자들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여행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달 초 삼일절 연휴에만 약 21만 명이 일본을 다녀온 것으로 집계됐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돼 엔화가 지금까지의 초약세 국면을 마무리하고 점진적인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미 대선 등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달러예금에서는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578억3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5억2500만 달러(약 2조 원) 줄었다. 미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 때문에 달러 약세에 대한 전망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달러화와 보완 관계에 있는 금 가격이 급등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1340원 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10원 대로 내려왔다.

이에 대해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달러가 본격적으로 약세 전환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 시점과 인하 폭에 대한 시장과 연준의 기대가 비슷해지며 금리 변동성이 완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미국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