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임신부 분만 앞두고 우려

중증질환연합, 강력비판 입장문
“철없는 제자 따라 사태 장기화”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날 수 있다고요? 배 속에 있는 제 아이 잘못되면 어떡하죠?”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고위험 임신부 A 씨는 ‘빅5 병원(서울아산·서울대·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가톨릭대·울산대 교수들이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와 관련해 잇따라 집단행동을 예고한 데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는 5월 분만 예정인 A 씨는 “전공의 파업 때문에 수술이 취소된 임신부가 많아 스트레스가 컸다”며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이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사직서 제출에 합의했다.

다른 빅5 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의료 현장의 ‘최후의 보루’로 믿고 있던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예고한 데에 분노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위암 환자 장모(72) 씨는 “이번 사태로 입원이 아닌 외래로 항암 치료받는 것도 번거로운데 교수들도 가면 내 처방은 누가 내리냐”며 “전공의도 없는데 교수마저 떠나면 이 많은 환자는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며 분통을 토했다.

이달 말까지 항암 치료 스케줄이 잡혀 있다는 췌장암 환자의 보호자 이모(58) 씨는 “전공의가 사라지고 교수님들 고생하는 거 알고 되게 감사했는데 교수님들마저 나가면 우리 같은 환자들은 진짜 방법이 없다”며 절망했다. 또 다른 환자 보호자 공모(37) 씨는 “환자는 지금 당장이 중요하다”며 “의료 현장을 먼저 정상화시키고 (정부와 의사들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전날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가 긴급총회를 열고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18일 집단 사직하겠다고 밝히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만난 환자 이모(63) 씨는 “환자들의 아픔을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들이 이럴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뇌출혈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는 천모(84) 씨도 “전공의가 떠난 이후 간호사들이 봐주는데 교수마저 떠나면 어떡하냐”며 “계속 병원을 다녀야 하는데 퇴원 후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환자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전날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의결에 대해 “환자를 버리고 의료 현장을 떠난 철없는 어린 제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교수들이 함께 옷을 벗겠다며 사태를 장기화하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소신 있는 의료진들마저 종료 시간이 임박했으니 모두 의료 현장을 떠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노지운·조율·김린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