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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가속화되는 인구 절감

■ 저자 미상 ‘관자(管子)’

인력이 ‘국력’ 잘살게 못해주면 인구 삽시간에 줄어
인구 증가·유입은 백성 진정으로 위하는 ‘좋은 정치’ 라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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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라고 쓰고 “살 만한가?”라고 읽다.

옛날 중국에 있었던 일화다. 양나라로도 불리는 위나라의 군주 혜왕이 맹자에게 하소연했다. 자신은 나라에 대해 온 마음을 다하는데, 그래서 한 지역에 흉년이 들면 다른 지역의 곡식을 그곳으로 옮기고, 또 다른 지역이 흉작이면 작황이 괜찮은 지역의 곡식을 그곳으로 옮겨 백성이 굶주리지 않도록 최대한으로 보살폈다고 한다. 군주로서 이렇게 백성에게 진심인 예를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도 없는데 왜 인구가 늘지 않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며 불평했다.

혜왕의 하소연을 듣고 있던 맹자는 “오십 보로 백 보를 비웃는다”는 비유로 혜왕을 비꼬았다. 전쟁터에서 앞서 도망친 자를 늦게 도망친 자가 비겁하다며 비웃는다는 이 이야기로 맹자는 혜왕의 “진심을 다했다”는 정책이 실은 선정을 하는 척 시늉한 것에 불과함을 대놓고 꼬집었다. 조금 갔든 많이 갔든 전장에서 도망쳤다는 점에서는 매일반인 것처럼, 국정 전반이 선정과 거리가 먼 상태에서 시행하는 괜찮은 정책은 선정을 흉내 낸 것일 수는 있어도 진짜 선정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인구의 자연적 증가나 주변국으로부터의 유입은 국정 전반이 좋은 정치, 곧 백성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치라야 가능하다고 보았음이다.

맹자만이 아니라 공자를 위시한 유가들은 인구 증대를 국정의 필수 요건으로 꼽았다. 공자는 위나라에 갔을 때 인구가 번성하는구나, 하며 감탄했다. 이를 본 제자 염유는 인구가 번성해진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여쭸고 공자는 그들의 생활을 넉넉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답했다. 염유가 다시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여쭙자 그제야 가르쳐야 한다고 일렀다. 흔히 유교 하면 삼강오륜 같은 도덕 교화를 먼저 떠올리곤 하지만, 공자는 도덕 교화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에 인구가 많아야 하고 그렇게 많은 인구가 넉넉하게, 달리 말해 잘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사실 배부르고 등 따스한 다음에야 예절을 따진다는 관념은 사상 유파를 막론하고 공유되고 있었다. 공자나 맹자 같은 유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그렇기에 공자가 이렇게 말한 것이라고만 볼 필요는 없다. 염유와의 대화에서 읽어낼 수 있는 바는 잘살게 해주지 못하면 번성했던 인구도 삽시간에 줄어들 수 있다는 통찰이다. 잘살 수 있음이 늘어난 인구를 유지함의 관건이라는 뜻이다. 2500여 년 전인 공자의 시대나 그 백여 년 후인 맹자의 시대도 인구 증대와 유지의 관건은 결국 ‘잘살 수 있음’의 여부에 달려 있었음이다.

그리하여 유가와 대척점에 놓였던 법가도 인구를 잘살 수 있음과 연계했다. 법가적 사유가 잔뜩 모여 있는 ‘관자’는 나라가 반드시 망하게 되는 원인으로 땅이 남아도는 ‘토만(土滿)’과 사람이 넘쳐나는 ‘인만(人滿)’을 들었다. 땅이 남아돈다고 함은 경작할 토지가 많음에도 인구가 부족해 이를 경작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지금으로 치자면 일손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은데 정작 일할 사람이 부족해 경제가 제대로 돌지 않는 상황에 해당한다. 사람이 넘쳐난다고 함은 사람이 많음에도 잘 다스려지지 못해 안정적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 처해 있음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인력이 국력으로 이어지지 않게 돼 결국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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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멸을 운운하는 외신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심각한 인구 절벽에 수년째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관자’에서는 인구가 많다고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니 관건은 잘살 수 있음에 있다고 했다. 인구 문제는 단지 인구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잘살 수 있는가’의 문제라는 얘기다. 따라서 출생률의 지속적 저하는 출산의 주체인 젊은 세대가 국가와 사회에 지속적으로 되묻고 있는 것이다. 나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과연 잘살 수 있는지를, 잘삶을 저해하는 양극화의 고착화 같은 제반 사회적 병폐를 해소할 역량이 있는지를, 아니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지가 정녕 있는지를 말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