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붉게 물든 소나무… 방제 한창 경남 밀양시 소나무숲이 재선충병에 감염돼 붉게 변해 있다. 산림청 제공

■ 전국 피해 면적 63% 영남권 집중… 산림청, 확산방지 총력

솔수염하늘소 월동 끝나는 시기
재선충병 감염땐 소나무 고사

붉은 문수산 ‘소나무 무덤’ 연상
이달 방제 마무리해야 피해 예방
전염 소나무 베어내고 훈증처리

울주=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지난 4일 울산 울주군 청량읍 문수산 주변 곳곳에서 전기톱 소리가 요란하다. 솔잎이 단풍에 물든 것처럼 변색된 15m 높이의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등산로를 따라 잎이 붉게 변한 채 앙상한 모습을 한 소나무들이 계속 눈에 띈다.

한쪽에서는 잘라낸 나무를 옮겨 약을 뿌려 덮어두는 훈증처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골짜기 곳곳에 들어선 소나무 훈증더미가 마치 소나무 무덤을 연상시킨다.

울주군 관계자는 “군 전체 면적의 68%에 이르는 5만1000여㏊의 산림에서 약 12만∼15만 그루를 대상으로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매개충이 월동을 끝내고 활동하는 3월 말까지 방제를 마무리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데 계속된 겨울비로 작업이 더뎌 속이 탄다”고 말했다.

한반도 동남부 산림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6일 산림청에 따르면 걸리면 무조건 죽게 된다고 해서 ‘소나무 암’으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입은 나무가 지난해 107만 그루에 달하는 등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피해 지역은 대구 달성군, 울산 울주군, 경북 포항·안동·경주·구미시, 경남 밀양시 등으로 전국 피해 면적의 63%가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재선충병의 기세는 최근 심상치 않다. 1988년 국내 첫 발생 이후 지난 2014년 218만 그루 피해로 정점을 찍은 뒤 적극적 방제로 2021년 31만 그루까지 피해를 줄였지만 코로나19로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방제사업이 느슨해진 틈을 타 2022년 38만 그루, 2023년 107만 그루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기후변화로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활동 시기가 빨라진 것도 피해 증가 요인이라는 것이 국립산림과학원의 분석이다. 만약 방제를 중단하고 자연방임 상태로 놔둘 경우 10년 내 전국 소나무림의 78%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4일 울산 울주군 청량읍 문수산에서 근로자들이 재선충병 감염목을 베어내고 있는 모습.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재선충병이 집단 발생한 극심 지역 6개 시·군을 특별방제구역으로 설정하고 일선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 나무인 소나무림은 국토 면적의 17%, 산림 면적의 27.5%로, 공익적·경제적 가치는 연간 71조 원에 이른다. 집단 고사목이 ‘마른 장작’ 역할을 하면서 산불, 산사태 등 또 다른 산림 재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 일본처럼 방제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양국의 산림 환경이 전혀 다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단견이라는 설명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매개충의 활동 시기를 감안하면 내륙 지역은 3월, 제주도는 4월까지 감염목과 감염우려목을 집중 방제해야 한다”며 “지자체의 부족한 예산은 예비비를 활용해서라도 방제에 차질이 없도록 적극 지원해 확산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