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물세례 받는 냅 미국의 제이크 냅(오른쪽)이 26일(한국시간) 멕시코 누에보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골프코스에서 열린 PGA투어 멕시코 오픈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18번 홀 그린에서 우승을 축하하는 동료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PGA ‘멕시코오픈’ 우승한 냅

19언더…상금 19억4100만원
출전비용 벌려고 경비원 생활
9번째 도전만에 마침내 꿈이뤄

■‘케냐오픈’ 준우승한 딘

작년 DP월드투어 출전권 획득
배달 운전하며 실력 갈고닦아

이번 주 세계 프로골프는 인생역전의 주인공들이 순위표를 빛냈다. 프로골퍼의 꿈을 위해 고생하던 시절을 뒤로하고 당당히 웃었다.

제이크 냅(미국)은 26일 오전(한국시간) 멕시코 누에보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골프코스(파71)에서 열린 PGA투어 멕시코 오픈(총상금 81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와 보기를 2개씩 묶어 이븐파해 최종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145만8000달러(약 19억4100만 원)다.

올해 PGA투어에 데뷔한 냅은 전날 8타를 줄이고 선두를 꿰찼고 치열한 우승 경쟁 끝에 사미 발리마키(핀란드·17언더파 267타)를 2타 차로 제쳤다. 이번 대회는 냅의 9번째 PGA투어 출전. 올해 투어에 정식 데뷔한 이후로는 5경기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냅의 우승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PGA투어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기까지 과정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냅은 2016년 프로 전향 후 캐나다투어와 PGA 2부 콘페리투어에서 경기하며 PGA투어 입성을 노렸다. 그러나 1부 리그 진입은 여의치 않았고, 출전 경비를 대기 위해 2022년에는 나이트클럽과 결혼식장에서 경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냅은 거액의 우승 상금과 함께 2년 동안 안정적으로 PGA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과 마스터스 등 특급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자신이 골프선수의 꿈을 키우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끼친 외할아버지에게 우승 트로피를 바치겠다는 꿈을 이룬 것이다.

냅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를 기리는 문신을 왼팔에 새기고 경기하고 있다. 우승 직후 냅은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굉장히 흥분하셨을 거다. 그러고는 ‘정말 잘했어. 우승했으니 저녁에 치킨 먹자’고 하셨을 것이다. 외할아버지께 감사하다”고 특별한 소감을 남겼다.

이미지 크게보기 조 딘

25일 케냐 나이로비의 무타이가 골프클럽(파71)에서 막을 내린 DP월드투어 케냐오픈에서도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나왔다. 바로 잉글랜드 출신 조 딘이다. 딘은 4라운드에 4타를 더 줄이고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한 다리우스 판 드리엘(네덜란드·14언더파 270타)에 2타 뒤졌다.

딘은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처음 DP월드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투어에 뛰어들 수 없었다.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넓은 지역에서 다양하게 대회를 여는 DP월드투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출전 비용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딘은 골프코스가 아닌 슈퍼마켓에서 배달 기사로 일하며 돈을 벌었다.

DP월드투어가 새 시즌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딘은 배달로 번 돈을 모으고 모아 개막 후 11번째 대회인 커머셜뱅크 카타르 마스터스에서 데뷔했다. 이 대회에선 공동 90위에 그쳤으나 이번 대회에선 공동 2위에 올라 19만9749.04유로(약 2억88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딘은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목표로 삼았던 인생 역전의 기회”라며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남았지만 다른 이들처럼 나 역시 그것들을 계속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