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정기주총 시즌을 앞두고 투자 차익을 극대화하려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거세다. 과도한 배당·자사주 매입 요구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곧 발표할 예정인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대책에 편승해 공세를 강화하는 조짐까지 보여 더 우려된다.

삼성물산은 총 지분이 1.46%인 해외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의 압박에 이들의 요구안을 내달 15일 주총에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들은 주당 배당액(보통주 기준)을 이사회 안(2550원)보다 76%나 높은 4500원으로 올리고, 내년까지 5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도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이 요구안은 총 1조2364억 원 규모로, 잉여현금흐름의 100%를 초과한다며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없게 된다고 호소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KT&G, 삼양그룹, 현대엘리베이터, 7대 금융지주 등에도 배당·자사주 등 주주 환원을 늘리라고 공격한다. 정부는 주가 부양을 위해 배당 확대 등 기업 밸류업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펀드들 기세를 부추기는 셈이어서 더 정교한 접근이 절실해졌다.

한국의 낮은 주주 환원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눠 산출하는 주주 환원율은 2013∼2022년 한국이 평균 29%로 미국(92%)은 물론, 중국(32%)에도 뒤진다. 경영권이나 미래 성장보다 단기 투자 차익이 최우선인 외국인과 개미 투자자는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대만(2.1배) 중국(1.2배)보다 낮은 0.9배로, 주가가 장부상 가치에 못 미치는 것도 그 여파다.

그렇지만 과도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투자 여력을 떨어뜨린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아마존·알파벳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애플과 함께 빅3로 부상한 것은 고(高)배당이 아니라, 높은 미래 성장력 덕이다. 이들은 천문학적 투자를 계속한다. 주가 대책은 기업별로 다르다. 정부는 배당과 투자 여력 간 상충관계(트레이드오프)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쉽게 휘둘리지 않도록 할 기업 방어 장치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