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2월 17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반인도 범죄를 구성하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의 최고위층이 수립한 정책에 따른 것으로, 그 심각성과 규모·본질은 오늘날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COI는, 2005년 유엔총회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보호책임(R2P) 원칙을 적용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인권 실상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2016년 3월 3일 북한인권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핵심 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이 더불어민주당의 재단이사 추천 지체로 아직도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북한인권법이 미흡한 점이 많은데도 11년 만에 국회에서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통과된 뜻을 존중해 오직 그 정상적인 시행만 촉구해 왔다.
현재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재단의 주된 사업으로 남북 인권 대화와 인도적 지원만 언급할 뿐 북한 주민의 구체적인 인권 보장을 위한 규정은 없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인권 개선을 대화로 이룬 사례는 없다. 더욱이, 김정은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주도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 남북 교류 기구들을 전면 폐지한 마당에 남북 인권 대화를 우선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행 법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도 가입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 즉 사회권 규약에 따르더라도 북한 주민에 대한 생존권 보장은 일차적으로 규약 당사국인 북한에 있다. 그런데도 북한 정권이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고 모든 가용 자원을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해 상시적인 민생 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을 우선시하는 것도 잘못이다.
지금 시급한 일은, COI 보고서가 강조한 그대로 북한 안팎의 자유로운 정보 순환을 촉진해 주민의 알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이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의 제정 배경이 된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중점 무력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미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2004년 제정 당시부터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기 위한 수단 등을 제공할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 만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동족 관계를 부정하고 분단을 고착화하는 만큼 우리 청소년에게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북한 인권의 참상을 알리고 교육하는 것은 자유통일의 앞날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 따른 초·중등 교육과정에 북한 인권 증진 교육을 포함하도록 북한인권법에 분명히 못 박아야 한다. 나아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명칭과 역할도 북한인권법에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그 상징성과 중요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이제는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는 비현실적이고 불완전한 북한인권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오는 4·10 총선을 계기로 여론을 환기해 북한인권법을 가로막는 정치 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촉구하고, COI 보고서에 맞는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개정하는 데 앞장설 수 있는 국회의원이 많이 당선되도록 북한 인권 활동을 적극 벌여야 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태훈 ㈔ 북한인권 이사장, 한변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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