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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딸들 걱정하신 당신…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지 못한 후회뿐

  • 입력 2024-02-06 09:02
  • 수정 2024-02-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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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2019년 순천만에서 찍은 부모님 사진.



■ 그립습니다 - 아버지 임승주(1934∼2023)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아버지와의 이별로 모든 일상이 멈추어 버렸습니다. 마음이 먹먹하고 아립니다. 아직도 살아계신 것만 같습니다. 아버지 부재는 그립고 잘해드리지 못한 깊은 후회이고 아쉬움입니다. 건강하셨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가장 빛나고 푸른 가을날 정오에 90세의 연세로 돌아오실 수 없는 나라로 가셨습니다. 어머니 4주기 기일을 지내시고 일주일 후에 어머니 곁으로 가셨습니다.

멋쟁이시고 깔끔하셨던 아버지께서는 패션디자이너셨습니다. 자식들에게는 세심하시고 항상 자상하셨습니다. 시골에서 자라셨지만 일찍이 양복기술을 배우시고 도시에서 생활하시던 중 어머니와 3년 만남 끝에 결혼하셔서 딸 다섯과 끄트머리에 아들 둘을 낳으셨습니다.

아버지와의 유년시절 추억이 생생하게 생각납니다. 어릴 적 한옥집에서의 단란하고 웃음꽃이 가득한, 따스했던 봄날의 기억이 몽글몽글 피어납니다. 마당에는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꽃나무들을 가득 심으셨고 향기가 온 동네에 가득했습니다. 한옥 마루에서 어머니께서 해 주셨던 쑥버무리를 먹으며 칠남매가 웃고 재잘거리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셨던 아버지의 따스한 미소가 보고 싶습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셔서 우리들의 교복을 깨끗하게 다림질을 해 주셨던 아버지의 손길이 그립습니다. 다섯 딸의 긴 머리를 양 갈래로 직접 다정스러운 손길로 땋아주시고 빗겨주시던 사랑하는 마음에 감사합니다. 주름치마, 원피스도 손수 해주신 덕분에 딸들도 멋쟁이가 되었답니다. 가을 소풍날이면 우리보다 더 설레시며 달걀노른자로 정체 모를 도시락을 싸주시곤 했던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다시 느껴봅니다.

겨울 눈길에 신발이 젖어 집에 들어오면 연탄 불가에 줄줄이 세워놓으시며 말려주시던 아버지의 따스한 온기가 생각납니다. 온 가족이 바닷가 여행을 갔을 때 지는 노을을 바라보시며 ‘인생은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창문 밖 풍경처럼 휙 지나가 버리더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 다시 새기겠습니다.

추억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지금은 아버지께서 안 계신다는 현실에 마음이 도려내는 듯 아픕니다.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손도 잡아드리고 여행도 많이 모시고 다니지 못한 후회뿐입니다. 어느 날 아버지 일상이 도려낸 듯 제 곁에서 사라졌지만, 친정집에 들어서면 좋아하시던 아버지의 정겨운 말소리와 재봉틀 소리가 여전히 들리는 듯합니다. 아버지 작업장에 덩그러니 남겨진 재봉틀과 기름 내음에 깊은 울음을 한바탕 쏟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즐겨 부르시던 ‘사랑도 나그네’라는 노래가 들립니다. 딸들과 함께 부르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이젠 아버지 음성도 들을 수가 없습니다. 숨그네를 구르며 들숨 날숨을 내쉬며 그리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심해질수록 더욱더 아버지가 곁에 계신 듯합니다.

딸 많은 집 아버지께서는 평생 딸들 걱정으로 살아내신 인생이셨습니다. 둘째 딸이 마음으로 물어봅니다. 아버지의 화양연화는 언제였을까요. 사랑하는 아버지,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그립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어머니와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딸 임미랑(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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