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K-Industry 글로벌로 다시 뛴다

500대 기업 절반 “투자 유지”
대기업 총수들도 “혁신” 주문

기업들이 연초부터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대한 위기감으로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위기 앞에서 위축되기보다는 과감한 도전을 강조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글로벌 영토 확장을 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인 이상 기업 204곳의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4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82.3%가 경영계획 기조를 ‘현상유지’ 또는 ‘긴축경영’으로 잡았다. ‘현상유지’가 44.0%, ‘긴축경영’도 38.3%에 달했다. ‘확대경영’은 17.7%에 불과했다. 자금 상황에 대해서는 ‘어려울 것’이란 응답(53.5%)이 과반을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란 답변이 27.0%로, 증가할 것이란 응답(24.5%)보다 많았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 속에서도 한국경제인협회의 500대 기업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59.3%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답변도 10.9% 나왔다. 움츠리기보다는 어려운 환경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것이 생존의 길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대기업 총수들도 연초부터 일제히 위기, 불확실성, 침체 등을 언급하며 비상한 대응을 주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올해도 우리의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연초부터 생산현장을 찾아 “이 순간에도 세상은 바뀌고, 경쟁자들은 달리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세계 경제 상황을 ‘초불확실성 시대’로,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경기 침체의 시작’으로 진단했다.

상황에 대한 인식이 비슷한 만큼 총수들이 제시한 해법도 유사하다. 결국 과감한 혁신과 끝없는 도전이 답이란 것이다. 최 회장은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正音)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지속 성장해,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을 만들자”고 했다. 위기 극복의 열쇠로 ‘끊임없는 변화’를 제시한 것이다. 신 회장은 “관점에 따라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고, 시대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가능성이란 용기를 따라가야 한다”며 “사업 구조도 과감히 개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스스로를 혁신하는 그레이트 챌린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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