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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유저가 PC게임 중 ‘벌레들 하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입에 담기조차 힘든 성적 표현으로 받아친 20대가 벌금형 증액뿐만 아니라 소송비용까지 내야 할 처지가 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된 A(24)씨에게 약식 명령(벌금 50만원)보다 많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소송비용도 A씨가 부담하게 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오후 5시께 원주의 한 PC방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던 중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게임 유저 B(23·여)씨가 ‘벌레들 하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가족·친구와 관련된 입에 담기 힘든 내용의 저속한 성적 표현을 대화창에 입력,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약식기소 됐다.

이에 A씨 측은 "‘어매 닮아서 상속 ○○’이라는 내용의 글을 입력한 사실은 있으나 성적인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없었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글이 B씨에 대한 단순한 분노의 감정 표현이 아닌 저속한 성적 표현이라고 판단,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온라인게임을 하면서 사소한 이유로 피해자가 여성인 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한 음란한 글을 여러 차례 대화창에 입력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비록 동종 전과가 없다 하더라도 약식명령의 벌금액은 가벼운 만큼 이를 증액하고 소송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더 많은 벌금형에 소송비용까지 물게 된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권도경 기자